선박충돌과 민사상 ‘과실’개념에 대한 고찰
A Review over the Relationship between Maritime Collisions and the Concept of Negligence and Fault
이정원
초록
우리나라의 통설적 견해와 판례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과실의 개념과 민법 제396조 및 제763조의 과실상계의 요건으로서의 과실의 개념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제876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박충돌에 있어서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중심 표지로서의 과실의 개념에 관해 국내의 통설적 견해는 이를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제877조 내지 제880조의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을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엄격한 의미의 과실로 이해하는 경우,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개념과 과실상계의 요건으로서의 과실개념의 상이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판례와 통설적 견해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개념과 과실상계의 요건으로서의 과실개념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데 반해, 상법 제876조 이하의 선박충돌 관련 조항들은 연혁적으로 1910년 충돌협약을 국내 입법화함에 있어 위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과실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에 기인한다. 기여과실원칙 및 비교과실원칙과 관련한 諸國의 입법례와 판례의 태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꾀하는 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제도로서 과실상계제도의 현대적 의의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것이고, 특히 우리 상법 선박충돌에 관한 제876조 이하의 모델이 되었던 1910년 충돌협약도 불법행위제도에 대한 사상적 변화의 산물인 과실상계제도의 기본적 사상을 담고 있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상법 제877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박충돌에 있어서의 과실의 개념도 영미법의 비교과실원칙 내지 1910년 충돌협약의 그것과 동일하게 과실상계의 요건으로서의 과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