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식의 칸트철학 번역과 선택적 전유
A study on Translation and selective appropriation of Kant's philosophy by Yang Ge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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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백화 양건식은 불교운동가, 소설가, 번역가로 활동하였다. 기존 연구는 주로 그의 문학세계에서 관한 것이었고 학문이나 사상 연구는 부진하였다. 양건식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 특히 식민시기의 지식인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식민시기를 전통 철학의 단절과 근대적 학문 체계의 미성립으로 보는 관점을 들 수 있다. 전통철학과 연결하는 계보학적 방법이나 서구 근대 학문을 기준으로 수용의 정도를 가늠하는 방식은 식민시기 사상적 지형도를 올바로 분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본고에서는 역사의미론의 방법을 적용하여, 양건식이 번역 소개한 「서양 철학자 칸트의 격치학설(西哲康德格致學說)」을 중심으로 그의 학문과 사상을 분석하였다. 이 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본과 중국을 경유하는 동아시아의 서양철학 유통 경로와 1910년대 한국에서 진행된 칸트철학 수용의 한 단면을 적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자 칸트의 격치학설」의 원저자는 량치차오다. 량치차오는 일본 망명시절 나가에 초민의 『理學沿革史』 중 칸트 부분을 번역 주해하여 「근세 최고의 철학자 칸트의 학설(近世第一大哲康德之學說)」을 집필하였다. 양건식이 이 글을 번역 연재한 목적은 불교진흥운동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불교의 ‘眞如’와 칸트의 ‘眞我’, 주희의 ‘明德’을 비교하고 불교의 우위를 인정함으로써 전통 불교는 근대의 보편적 가치체계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글의 표제에서 칸트 철학을 ‘格致’라는 용어로 푼 것은 서구의 ‘philoshphy’에 상응하는 번역어로 ‘철학’이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학술용어인 격치(학)은 대체로 서구 자연과학기술을 가리킬 때 사용되었는데, 양건식은 ‘격치’가 칸트 철학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1910년대 ‘격치’는 여전히 자연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점은 삼중 번역 과정에서 나타나는 굴절과 ‘선택적 전유(selective appropriation)’ 양상이다. 양건식은 ‘자유’와 ‘독립’, ‘주권’과 ‘영구평화’를 다룬 절을 번역에서 누락시켰다. 일제는 제국의 지배 질서에 반하는 담론의 유통을 통제하였고 칸트 철학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양건식은 ‘진화’와 ‘발전’이 삶의 지표와 규범이던 시대를 살았지만 ‘불교’와 ‘문예(문학)’에서 ‘초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초월은 관념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 억압된 인간 내면의 본성을 발견하여 삶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발견되는 ‘근대성’은 개인사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근대’를 재음미할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며 한국 근대 철학사를 풍성하게 할 중요한 자료임에 분명하다.
Abstract
Yang Geon-sik was a Buddhist activist and a novelist as well as a translator. The former researches on Yang was primarily focused on his literary works although Yang was one of the leading social thinker and scholar in the Korean enlightenment period. In this article, I illuminated Yang's disciplines and ideas by analysing his translation of Kant, which was published in the translated article titled "Western philosopher Kant's gyeokchi theory(西哲康德格致學說)". It should be noted that the philosophy of Kant accepted via Japan and China in Korean in the 1910s through the East Asian distribution channels of Western philosophy. The original author of the article was Ryang Chi-chaoh. During his exile in Japan, Ryang wrote the article titled "the best modern philosopher, Kant's theory(近世第一大哲康德之學說)". Ryang's article was a translation of a part of "the philosophy of history(理學沿革史)" written by Nagaechomin in Japan. To compare the concept of 'Zhenru(眞如)'of Buddhism with the concept of 'Zhenwo(眞我)' of Kant, and 'Mingde(明德)' of Zhuxi, Yang admitted the predominance of Buddhism and Buddhist tradition by recognizing that the universal values of a modern system could be reconfigured. Yang Geon-sik's translation series went along with the Buddhism promotion movement. Yang Geon-sik lived in an era that evolution and development were supposed as an overall social indicators. However, he gave a great focus on Buddhism and literature to discover the possibility of transcendence. For Yang, transcendence was not a notion to escape into abstractness but a notion to recall the value of life by rediscovering the human inner nature which was repressed by capitalism and the civilization base on materialism. Yang's work is an important which is not only a source that can reveal the characteristics of Korean modernity but also a stimulant that can enrich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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