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두 길 ― 선험적 방법과 변증법 ―
Two Concepts of Philosophizing ― the transcendental and the dialectical ―
김혜숙
초록
본 글의 목적은 칸트의 선험철학적 방법과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을 그 동기에서 생각해보고, 두 입장이 어떻게 상이한 철학의 길을 형성시켰는지를 살펴본다. 칸트와 헤겔철학이 분기하게 되는 지점은 철학적 사유 자체의 성격규정과 관련된다. 철학은 이차 담론이다. 그렇다면 이차담론으로서의 철학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철학적 관점의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칸트의 선험철학은 인간의 경험 전체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전체에 관한 사고는 항상 역설을 포함한다. 그것은 전체 바깥에 철학적 관점을 설정하는 데서 발생하는 역설이다. 헤겔은 그런 역설에 직면하여 철학적 관점 혹은 반성이 과연 독립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다. 선험적 관점 자체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칸트가 선험철학을 통해 지식의 궁극적 정초를 제시하고자 하였다면, 헤겔은 그 선험철학 자체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정신현상학』 안에서 의식의 변증법적 운동을 통한 철학적 지의 형성으로서의 ‘학’의 출현을 보이고자 했다. 의식의 변증법적 운동의 기술(description)은 의식 바깥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변증법적 운동이 일어나는(현상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정신운동의 기술로서 ‘현상학’이라 이름할 수 있는 바의 것이다. 이런 방법은 철학적 시원에 대한 정당화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전체에 관한 사고가 갖는 칸트적 역설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리가 전체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리는 곧 전체가 될 것이다. 칸트와 헤겔은 우리의 인식, 혹은 언어사용이 객관성을 갖는 두 가지 상이한 길을 표시해주고 있다고 나는 본다. 칸트의 인식론이나 헤겔의 인식론은 회의주의 문제를 둘러싸고 나름의 길을 모색한다. 또 칸트와 헤겔은 철학 자체에 대한 규정에서도 다른 길을 만들어냈다. 철학을 이차담론으로 본 칸트의 입장에 반해 헤겔에게 있어 일차담론과 이차담론과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철학적 사유는 모든 것에 관한 것이지만 철학적 사유 자체가 그 모든 것 안에 포함되어있으며 그것과 구분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차담론으로의 철학의 성격을 부정하고 있는 현대철학자들과 이차담론으로서의 철학의 자율적 영역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