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의 제유적(提喩的) 세계관에 나타난 주체의 존재 갱신 양상 연구 - ‘말’과 ‘산’ 기호를 중심으로
Ontological Self-Renewal in the Synecdochic Worldview of Jeong Ji-yong’s Poetry: Centered on the Semiotic Elements ‘Horse’ and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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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정지용 시에서 나타나는 제유적 세계관과 이를 통해 형상화되는 존재의 자기 갱신 양상을 논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지용 시에 대한 기존의 수사학적 분석들이 주로 은유에 주목한 것과는 달리, 본고는 제유를 통해 정지용의 시에 나타난 존재의 존재 양상을 조명할 것이며, 이는 무엇보다도 세계관의 측면에서 발견된다. 정지용의 작품에서 제유는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하에서 존재가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고 세계속에 자신의 위치를 정립시키는 방식을 보여주는 수사적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제유적 세계관의 핵심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 속에서 주체가 자기갱신을 이루는 방식에 있다. 정지용의 시에서 부분은 단순히 전체의 일부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담보하는 요소이며 전체의 본질을 결정짓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로써 시적 주체는 고립된 존재가 아닌, 존재들이 결속하여 만들어내는 의미망 속에서 새롭게 규정된다. 정지용의 시론은 그간 유기체 시론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동양의 전통주의적 시각과결부되어 해석돼 왔다. 동양의 전통주의적 시각이 제유가 보여주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 와 더불어 이해될 수 있다면, 정지용의 시론 또한 제유라는 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을 부분과 전체로 사유하는 그의 제유적 시각은,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존재론적 사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능케 하며, 나아가 영원이라는 존재론적 무한의 지평에 도달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정지용의 시에서 제유는 ‘말(馬)’과 ‘산’이라는 자연 기호와 시적 주체의 결속 관계를통해 성립된다. ‘말’과 ‘산’의 기호를 통해 구현되는 정지용의 제유는 존재론적 층위에서구현되지만, 그 양상에는 차이를 보인다. 우선 ‘말’ 기호가 나타난 작품들(「말1」, 「말2」 등)에서 ‘말’은 시적 주체의 분신이거나 그의 존재 근원의 물음을 공유하는 동물로, 이를 통해 ‘말’과 시적 주체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와 같은 주체와 ‘말’ 사이의 정신적동화는, 이후 ‘말’과 시적 풍경을 이루는 자연 이미지들이 연쇄적으로 결합되는 과정으로확장된다. 이러한 결합은 시적 주체와의 존재론적 인접성(제유적 관계)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특히 ‘말’은 주체와 더불어 존재의 근원과 존재 방식을 공유하는 기호로등장한다. 작품 속 ‘말’의 의미는 ‘말’과 주체의 관계로부터 성립되며, 이 둘은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들로 기능한다. 한편 ‘산’ 기호가 나타난 작품들(「장수산1」, 「장수산2」, 「진달래」)에서 ‘산’은 시적 공간이자 중심대상인, 하나의 전체로 상정된다. ‘산’이라는 자연 공간을 시적 주체가 ‘경험’하면서 주체는 ‘산’이라는 거대한 공간의 일부로 편입되고, 따라서 주체와 ‘산’ 간에는 부분과 전체의 제유적 관계가 구축된다. 즉 주체와 ‘산’ 의 경계는 해체되고 주체는 곧 대상 세계(‘산’)의 한 풍경 요소가 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적 주체인 인간 존재는 자기 갱신을 이루고 외연의 확장을 경험한다. 정지용 시편들에서 제유는 단순한 언어적 기법을 넘어 존재의 의미와 존재 방식을 직조하는 하나의 원리가 된다. 이로써 제유적 세계관이 담지하는 존재론적 사유는 환유와은유의 대립 구도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의 존재 양상을 펼쳐내 보인다. 곧 정지용 시에서 제유는 주체가 자기 갱신을 거쳐 재구축되는 양상을 통해 구현되며, 이 지점에서 동양적 미학과 서구 유래의 이미지즘이 만나 정지용 시의 독특한 미적 감수성이 발현된다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synecdochic worldview embedded in the poetry of Jeong Ji-yong, focusing on how this rhetorical structure both reflects and enables the ontological self-renewal of the poetic subject. While previous analyses have largely emphasized metaphor as the core rhetorical device in Jeong’s work, this study highlights the unique function of synecdoche in expressing the poet’s worldview, particularly regarding his vision of the subject’s relationship with nature and existence. At the heart of Jeong’s poetics lies a dynamic between part and whole, where parts do not simply serve as fragments but embody and define the essence of the whole. In this framework, the poetic subject is not an isolated being but is continually redefined through relational ties with the natural world. Synecdoche thus becomes a principle of being, not merely a linguistic ornament. Jeong’s use of natural signs such as “horse” and “mountain” exemplifies this synecdochic logic. In poems like Horse 1 and Horse 2, the horse acts as an existential counterpart to the subject, establishing a metonymic connection through emotional and ontological proximity. Meanwhile, in works like Jangsu Mountain 1, Jangsu Mountain 2, and Azaleas, the mountain appears as a symbolic whole, a poetic space that envelops the subject. The subject, by experiencing this space, becomes a part of it, leading to a dissolution of boundaries between self and world. This study offers a new perspective from which to reinterpret Jeong Ji-yong’s poetic theory, supplementing previous readings rooted in organicism and East Asian aesthetics. By examining how synecdoche med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 and totality, nature and self, this study demonstrates how Jeong’s poetry synthesizes Eastern and Western literary traditions. Ultimately, synecdoche in his work reveals a unique poetic vision where ontological reflection and self-renewal are inseparable from aesthetic express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