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제셍트의 성무일과표 : 세기말적 칩거의 지침서
Le canon d'eglise de des Esseintes : Le guide a une reclusion fin-de-sie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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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의 1장 말미에서는 데 제쎙트가 자신의 집무실 벽난로 위에 올려 놓은 교회용 성무일과표가 간략하게 묘사되고 있다. 소설 주인공은 세 첩으로 된 이 성무일과표에 기도와 신앙생활의 규칙 대신 보들레르의 시 세 편의 필사본을 끼워 놓고 있다. 작가는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나」, 「연인들의 죽음」, 「원수」라는 제목만을 언급할 뿐 이 세 편의 시가 왜 함께 모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이처럼 주인공이 성스러운 경배의 대상으로 삼은 보들레르의 시들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소설 전체와 관련하여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를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시의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 편의 시의 조합이 소설 주인공이 추구하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에 대한 몽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일과표의 중심에 위치한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나」가 피안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선언적으로 밝히고 있다면, 그 좌우에 배치된 「연인들의 죽음」, 「원수」는 그러한 욕망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즉 성무일과표에서 드러나는 이상향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유토피아이다. 이곳에 이르는 방법은 첫째, 환상과 상상을 통해 뒤집어진 현실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의 창조이며, 둘째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비시간성의 도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견 무의미해 보이지만 실상 의미심장한 이 소품은 소설의 주인공이 시도하는 칩거를 지탱하는 원칙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 성무일과표에서 천명된 원칙들은 데 제쎙트가 자신의 칩거를 통해 시도하는 구체적인 공간의 배치와 시간의 사용법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관성을 바탕으로 독자는 이중의 구조를 지닌 식당, 파리에서 중단된 런던 여행, 칩거 기간 중의 모호한 시간 개념, 과거에 의한 현재의 대체와 같은 현상들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데 제쎙트의 성무일과표에 대한 분석에서 드러나는 것은 위스망스 소설의 특성, 즉 ‘다원성을 집약하는 단일성’이다. 고도로 의미가 농축된 작품으로부터 일련의 의미망을 포착하고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독자의 몫이다.
참고문헌 (2)
- "Le Roman c?libataire" (1996), Jos? Corti
- "Le Roman d'art dans la seconde moiti? du XIXe si?cle" (1999), Klincksie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