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적하보험계약에서 영국법 준거약관의 국제사법상 문제점 : 준거법의 분할(부분지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Private International Law Issues of English Governing Law Clause in Marine Cargo Insurance Contracts: Focusing on Difficulties arising from Dépeçage of Governing Law (Partial Designation)
석광현
초록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해상적하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하는 대신 일부 논점에 한정하여 영국법에 따른다는 문언을 사용한다. 하나는 “보험증권상 발생하는 모든 책임문제”에 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한정하는 것이다. 양자 간에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 경우 영국법이 보험계약 전체의 준거법이 아니라는 점은 쉽게 인정할 수 있으나, 보험계약을 분할하여 일부 문제에 대하여만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것인지, 아니면 영국법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다. 대법원은 일련의 판결을 통하여 전자를 따르고 있다. 특히 논란이 있는 것은 고지의무/최대선의의무가 영국법에 따를 사항인가라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저촉법적 지정과 실질법적 지정의 차이점을 설명하고(Ⅱ.) 대법원처럼 영국법의 부분지정으로 봄으로써 발생하는 어려움을 논의한다. 그에는 첫째, 고지의무와 최대선의의무의 준거법, 둘째, 보험계약 해석의 준거법, 셋째, 보험자의 변제공탁의 가부, 넷째, 보험자의 대위의 준거법이 포함된다(아래 Ⅲ.부터 Ⅵ.). 또한 어떤 쟁점이 절차로 성질결정되면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법정지법원칙’(lex fori principle)에 따라 한국법에 따르고, 실체로 성질결정되면 준거법을 지정하여야 하므로 성질결정이 중요하다. 이 맥락에서는 첫째,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지연손해금, 둘째, 소송에서의 증명도와 셋째, 대위한 보험자의 원고적격 문제가 있다. 필자는 위 논점들이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인 한국법에 따를 사항이라고 보나, 대법원처럼 이를 모두 실체의 문제로 보아 보험계약에 따를 사항이라고 본다면, 영국법을 부분지정한 것으로 보는 경우 그의 준거법 결정이 문제된다(아래 Ⅶ.부터 Ⅸ.). 논리적으로는 부분지정설과 실질법적 지정설이 모두 가능하다. 필자가 후자를 지지하는 주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부분지정설로부터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피할 수 있다. 둘째, 해상적하보험계약에서 영국 보험법의 압도적 우위를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이유이다. 셋째, 당사자들은 보험계약을 영국의 법과 관습(또는 실무)에 따른다고 하였는데 그 중 법의 선택은 부분지정이지만 관습(또는 실무)의 선택은 실질법적 지정이라고 구분하여 달리 취급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대법원이 2018년 판결에서 고지의무/최대선의의무의 실질법적 논점에 관하여 상세히 검토하면서도 준거법에 대하여 명확히 판시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2001년 및 2022년의 개정과 그간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이제 우리 국제사법과 국제사법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법원이 국제사법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구가 태부족하던 과거 판결들을 답습하지 말고 바른 길을 찾아 갈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