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의 임계점에서: 전성기 ‘탈민족주의’와 통일 담론의 조우
At the Threshold of Theory: Discussions on Unification Discourse during the Heyday of ‘Post-nati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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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2000년대 중반 경합했던 통일 관련 담론을 검토하되, 국민국가를 다시 사유하고 가능한 저항의 형태를 실험하려는 세계적 흐름이었던 ‘포스트내셔널리즘’의 관점에서 이 논의들을 재배치하고자 했다. 한국의 공론장에서 남북의 통일이란 지연된 국민국가의 완성이자 미완의 근대 기획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6.15(2000) 이후 제출된 남북의 미래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에는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탈근대적’ 요인들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기본적 시각이다. 이러한 전제에 입각해, 이 글이 구체적으로 살펴본 대상은 안병직과 백낙청의 논쟁, 탈근대론에 기반한 민족주의 비판의 대표적 아이콘이었던 역사학자 임지현의 통일 관련 입장, 그리고 역시 탈근대적 사유에 의거해 ‘평화국가론’을 제안한 정치학자 구갑우의 논의 등이다. 먼저, 안병직의 논의는 탈냉전의 시대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였지만 역설적으로 냉전 이전의 이데올로기 지형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국가성을 강조한 그의 이론을 탈민족주의라 칭할 수는 있어도 탈근대론이라 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반해, 역시 탈민족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임지현의 논의는 역사적 국민국가의 존재 양태에 대해 전면적 비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탈근대론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그의 국민국가 비판은 주로 동아시아의 현재 냉전적 질서를 추인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백낙청의 논의는 단일형 국민국가(unitary nation state)로의 통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남과 북을 독립된 하나의 국가로서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포스트내셔널한’ 실험의 측면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의는 여전히 민족을 중심으로 한 미완의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쪽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 자신 ‘탈근대’보다는 근대 극복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갑우의 논의는 백낙청의 국가연합론을 이어받으면서도, 근대 국민국가의 안보 담론을 넘어 ‘평화국가론’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선명한 탈근대적 지향을 표방한 경우다. 포스트내셔널리즘의 세계 조류는 냉전 이후 국민국가를 둘러싼 지정학 및 권역적 상상력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민족주의 비판으로 논의가 수렴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글은 2000년대 탈민족주의 담론이 동아시아 국민국가들의 냉전적 기원을 추인할 뿐만 아니라, 최근 ‘신냉전’으로의 퇴행에 비판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분석했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discourse on reunification prevalent in the mid-2000s and seeks to reposition these discussions from the perspective of “post-nationalism,” a global trend aimed at rethinking the nation-state and experimenting with possible forms of resistance. In the South Korean public sphere, the reunification of the North and South is often viewed as the culmination of a delayed nation-state and the “zenith” of an incomplete modern project. However, this article posits that the various discussions on the future of North and South Korea presented since the June 15th Joint Declaration of 2000 contain far more “post-modern” elements than generally presumed. Based on this premise, the article specifically examines the debates between Ahn Byung-jik and Paik Nak-chung; the views on reunification of historian Im Ji-hyun, a leading critic of nationalism based on postmodern theories; and the arguments of political scientist Koo Kab-woo, who proposed the theory of a “peace state” grounded in postmodern thought. Firstly, Ahn Byung-jik’s discussions, while actively embracing the epochal changes of the post-Cold War era, paradoxically demonstrated a regression to pre-Cold War ideological positions. His theory, which emphasizes statehood, may be termed post-nationalist but is difficult to categorize as postmodernist. In contrast, Im Ji-hyun, who also advocated for post-nationalism, vividly demonstrated the characteristics of postmodernism by attempting a comprehensive critique of the form and existence of the historical nation-state. However, his critique was mostly limited to acknowledging the current Cold War-like order in East Asia. On the other hand, Paik Nak-chung’s discussion broke away from the fixed notion of reunification as a unitary nation-state, advocating for the recognition of the North and South as independent, separate states; this reflects an aspect of “post-national” experimentation. Nevertheless, his argument was still perceived as aiming for an incomplete reunified state centered around the concept of a single nation, and he himself seemed to prefer the term “overcoming modernity” over “postmodern.” Koo Kab-woo’s argument, while inheriting Paik Nak-chung’s concept of a confederation, moves beyond the security discourse of the modern nation-state to propose a “peace state” theory, thus displaying a clearer postmodern orientation. The global trend of post-nationalism has involved a transformation in geopolitical and regional imaginations surrounding the nation-state in the post-Cold War era. However, in South Korea, the discussion tends to converge around criticisms of nationalism. This article critically analyzes how the post-nationalist discourse of the 2000s not only acknowledges the Cold War origins of East Asian nation-states but also fails to critically engage with the recent regression to a “new Cold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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