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청전쟁’이라는 재난과 문명세계의 상상 - 『혈의 누』를 다시 읽는다 -
Sino - Japanese War as Disaster and the Imagination of Civilized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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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재난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은 등장인물이 겪어야 했던 고통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근대소설의 대표작인 『혈의 누』는 청일전쟁이라는 재난을 배경으로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재난의 원인에 대한 규명,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등을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서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논문은 소설에서 재난 모티프가 지닌 정치적·사상적 의미를 찾기 위해 신소설 『혈의 누』를 다시 읽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혈의 누』의 중심적인 서사가 되는 주인공 옥련의 행로를 결정짓는 것은 모두 청일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혈의 누』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청일전쟁은 조선과 조선인에게 깊은 상처와 함께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 새로운 세계의 상상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청일전쟁이라는 ‘재난’이 한국근대문학사상의 형성에 끼친 영향을 고려할 때 『혈의 누』가 지닌 문학사적 의의를 다른 시각에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청전쟁’이라는 혹독한 재난을 통해 『혈의 누』의 인물들은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명국이 유포하는 경쟁의 논리와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포박당해 실천적 현실 개입의 가능성을 모색하지 못한 채 공허하고 추상적인 해결책을 나열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결국 『혈의 누』는 재난이 야기한 고통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지, 재난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것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계몽하는’ 상징적 텍스트라 할 수 있다.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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