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과 국민주권의 맹아 : 주체로서의 민(民)의 대두와 관련하여
Donghak and the Origins of Popular Sovereignty: The Emergence of the People and Citizens as Political Ag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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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동학은 임금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등으로 군주에 의한 통치를 부정하지 않았고, 동학교인들이 스스로를 국가의 정치적 의사형성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인식하였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동학사상은 ‘국민이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서의 국민주권의 함의와는 일응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국민주권의 본질이 무엇인지와 관련하여서는 견해 대립이 존재할 뿐 아니라 주권에 관한 논의는 구체적인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변화하여 왔다는 점, 주권의 소지자와 그 행사자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 현실에서 국민이 절대군주와 마찬가지로 군림하고 행동하는 국민주권과 국민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조건이 창출되는 국민주권이 모두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감안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민주권의 함의는 단지 주권의 소지자로서의 국민을 강조하는 데 있다기 보다는 기존의 ‘왕조적, 신분제적’ 정당성이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주체가 국가공동체의 최고 권력의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 더욱 주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개념표지에 주목할 때, 자유롭고 평등한 지위를 가진 ‘민’이 등장하고, 정치적 주체로서 공론장에 참여하여 기존의 통치권 행사를 제한하고자 하는 ‘주체’가 부상했다면, 비록 군주제적 정치체제 내지 지배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일응 국민주권의 맹아가 발견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19세기 후반 등장한 동학의 함의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동학사상은 기존의 성리학적 질서 하에서 국왕과 사대부의 통치의 대상이었던 신민이 모두가 개별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한울님을 내면화 함으로써 공동체 내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지위를 누리는 주체로서의 인민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동학사상은 이와 같은 인민을 조직과 정보, 유통망을 갖춘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특히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집강소를 통해 일종의 자치적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거듭나게 함으로써 시민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여지를 제공하였다. 그렇다면 동학은 정치적 주체로서의 민의 대두를 가능하게 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공동체 구성원의 통치로서의 국민주권의 맹아가 형성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Abstract
Under the Neo-Confucian order of the Joseon Dynasty, the Subjects were regarded as objects of governance by the King and the Sadaebu (Confucian scholar elite). However, Donghak advocated that every individual could accept Haneulnim (the Heavenly Lord) within one’s own mind through personal faith. This doctrine of Donghak resembles the Protestant Reformation in the West, which resisted the existing Catholic hierarchy and emphasized the significance of individual belief. Through this process, the Subjects were transformed into the people — actors who enjoyed a free and equal status within the political community. Furthermore, the thought of Donghak enabled the people to participate in the public sphere equipped with systems of organization,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networks. In addition, the Donghak Peasant Revolution provided the people with opportunities to exercise local autonomy. In this process, the people were further transformed into citizens who actively engaged in politics. Therefore, Donghak can be understood as the origin of popular sovereignty in Korea, in that it facilitated the emergence of the people and citizens as political acto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