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곤경과 ‘윤리’의 기원 - 정지용 초기 일문시 연구
Predicament of Pure Poetry and the Origin of Ethics - A Study of Jeong Ji-yong’s Early Japanese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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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는 새로 발굴된 정지용의 초기 일문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봄으로써 지금까지 해명되지 않았던 정지용 텍스트의 정치적 측면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가 일본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에서 유학하던 시기에 창작한 일문시 「무서운 낙일」은 공포에 떨며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불개미 무리, 배고픈 거지, 다락방 안의 창부를 등장시킴으로써, 도시 하층민의 궁핍하고 비참한 삶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산탄 같은 탁상연설」 또한 조선의 인구 3백만 명이 줄어든 이유가 노동자 학살, 자살, 기아에 있음을 폭로하면서 아일랜드, 사회주의자, 백동화 등의 시어를 통해 조선의 식민지적 현실을 은밀하지만 뚜렷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정지용 시의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그의 문학을 ‘순수시’로 분류해온 평가들은 재고의 여지를 남기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시기에 그가 남긴 국문시에서도 모종의 정치성을 텍스트의 배면(背面)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지용에 대한 총체적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의 초기작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감각을 승인하면서 그의 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순수’라는 표상으로 거의 수렴되지 않는 이러한 텍스트들은, 해방 이후에 그가 보여준 행보들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에서처럼 언제까지나 ‘예외 상태’로 남겨둘 수는 없다. 정지용의 초기 일문시들은 이미 그 ‘윤리’의 기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newly discovered Jeong Ji-yong’s early Japanese poems. One of his early Japanese poems, “Scary Sunset,” features a group of fire ants, hungry beggars and wounded whores. They embody urban poverty in Joseon in the 1920s. “Bullet-like Table Speech” points out that the reason for the decline in Joseon's population of 3 million is the massacre of workers, suicides, and starvation. The words used in his text, such as Ireland, Poland, Socialists, smugglers and old coins, have a political undertone. Therefore, the view that his literature is pure poetry needs to be reviewed. Some of the poems he wrote during the same period confirm this view. Since Jeong Ji-yong’s early Japanese poems were found to meet the requirements of political poetry, the writings he left after Korea’s liberation from Japanese colonial rule in 1945 and his political changes cannot always be regarded as exceptional. It should be seen as lying beyond the extension of the ethics of early Japanese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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