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금욕주의자들-자율성을 둘러싼 사랑과 자본의 경쟁-
The Ascetic Heroes of Korean Modern No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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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위한 욕망의 개방은 개인의 자율성을 드러내는 가장 핵심적인 서사적 기제였다. 그러나 관계의 개방성이란 사랑에 내포된 오랜 핵심적 관점, 독점적이고도 영구적인 합일이라는 관점과 충돌한다. 매혹의 이끌림에 스스로를 내맡긴다는 것은 주체를 대체 가능한 욕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로운 개인의 관념을 촉발하고 있던 또 하나의 힘, 자본의 논리-모든 것의 교환가능성-는 관계의 개방에 대체가능성이라는 위협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특히 식민지 조선에서 ‘개인’의 법적 근거가 배타적으로 재산권의 행사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관념을 둘러싸고 사랑의 담론은 ‘자본’이라는 요소를 자신의 경쟁 상대로 삼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가능성의 과잉이라는 서사적 난국에 처해 식민지의 강력한 민족주의는 개인들의 사랑의 욕망과 배신의 소용돌이를 해결하는 존재로도 이용되었다. 이러한 서사적 해결 방식은 한국 근대문학사에 영향력 있는 문법을 제공했다. 즉 대주체로의 귀속에 의해 대체 가능성의 무한 연쇄로 이어질 수 있는 서사의 불안정성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이광수의 『흙』, 이기영의『고향』, 심훈의 『상록수』 등 ‘브나로드’ 운동이 자극한 한국형 귀향소설들은 이러한 문법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시도들은 자율적 개인의 의미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식민지의 ‘민족’이라는 상위주체는 ‘결여’의 상태로 언제나 ‘필요’를 요구했다. 귀향소설의 주인공들은 자발적으로 ‘필요의 대상’이 됨으로써 ‘개인적 욕망’이라는 문제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한다. 그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지만 그 원인은 언제나 대주체의 필요로부터 제공받는, 자율적 존재의 역설적 모습을 재현한다. 주인공들의 귀향 그리고 그들의 연인들의 귀향의 성격은 모두 ‘개인적 욕망으로부터 면역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것은 주체와 사랑의 서사로부터 자본의 문제를 지우려는 강박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주인공의 귀향이 배경으로 하는 도시와 농촌의 대립 구도는 ‘불필요한’ 자본주의적 욕망의 잉여를 오로지 도시에 거주(居住)하게 하려는 분리의 욕망처럼 보인다. 특히 이 소설들이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결론적 관점인 ‘동지적 사랑’이라는 관념은 주인공들의 욕망이 ‘무엇을 원하는가’라기보다 ‘무엇을 원치 않는가’라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궁극적으로 드러낸다. 마침내 주인공들은 육체와 정신의 온전한 합일이라는 사랑의 서사가 지향하는 소망 상태에 도달하지만 이 합일의 과정은 순수하고 건강한 농촌에서 연인을 만나는 형식이 아니라 도시로부터 이주해 온 연인들이 그들의 육체에 남아 있는 ‘물신’의 흔적을 고통스럽게 제거함으로써만 얻어지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대주체로의 귀속에 타자를 분리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계기인, 자본이라는 계기를 없앰으로써 결국 주체는 동일자와의 사랑에 도달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 금욕주의자들의 여정은 이렇게 관계의 개방성이 관계의 동일성으로 귀착된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영웅적인 희생은 비현실적으로 과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전히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들의 위대함에 비례해 한국 근대문학에 타자성의 자리가 좁아져 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Abstract
This article argues that “love” and “capital” compete against each other to win a hegemonic position over the discourse of an “autonomous modern individual” in Korean modern literary history. It is well known that “love” as a spontaneous feeling was used as the main motif to mediate the notion of “the autonomous modern individual” in modern Korean literary history. “Capital,”on the other hand, which was usually considered to be a typical hindrance to true love, was in fact the most likely rival to “love” on account of the autonomy of the individual. While “love” seeks eternal inseparability, “money” is exchanged for and with everything. Many works from the early modern period compulsively represented this conflict in an “either love or money” manner. Colonial nationalism, which usually transcends personal desires to concentrate instead on “the big cause,” was often used as a solution to this problem. The ascetic heroes in well-known novels such as Lee Kwang Soo’s The Soil, Lee Gi Young’s Homeland, and Shim Hoon’s Evergreen, who sacrificed everything to be pioneers for poor peasants, can be psychoanalyzed as wanting to avoid becoming an object of desire by others, which means paradoxically to be a replaceable being. The method of describing their “Comradeship Love” problematically shows that their seeking a type of comradeship love is not based on what they want to do but on instead what they do not want to do. To find their true lovers, it appears that they must make a very long and difficult detour. They voluntarily choose city girls, who are transformed from sophisticated and urban figures to strenuous workers. In a sense, their lovers are heroes themselves with a hint of fetish as transformed b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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