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의 민주주의 미학 연구
A Study on the Aesthetics of Democracy in Shin Dong-Yeop’s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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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오늘날 민주주의는 부유하는 기표에 비견된다. 그 지시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많은 논자들은 민주주의의 어원이 ‘데모스의 힘’이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는 데서 착안하여 민주주의 개념을 재발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랑시에르는 민주주의는 본래 적대자들이 나이, 출생, 부, 덕, 지식 같은 통치할 ‘자격’을 지니지 못한 자들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겨난 개념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한 것은 말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 이들, 말하지 않아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말을 하고 몫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민주주의가 영구적 기획인 까닭은 그것이 아르케에 기반한 정체형태가 아니라 발언권이 없는 데모스로 하여금 말하고 희망하게 하는 작인이면서 동시에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수결과 대의제로 환원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데모스로 하여금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를 발설하기를 끊임없이 종용한다. 민주주의가 아르케가 아니라 본래 데모스의 힘으로부터 즉, 실체가 아니라 운동과 작용으로부터 태동한 까닭이다. 그렇기에 예술은 특히 서정시는 바로 그러한 민주주의의 학교가 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하면 현대의 서정시는 기성의 보편이나 상징에 개별자들을 통합시키는 것과 정반대되는 형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신동엽을 민족시인으로 부르는 데에 큰 이견은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신동엽에게 중요한 것은 무정부주의나 인민주권이라는 상징적 지시대상이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탐색이었으며 이때 무정부주의는 아르케가 없는 정치, 인민주권은 총체적이고 일체화된 정치체로서의 (대문자) 인민Popolo이 아니라 가난하고 배제된 자들의 부분적이자 파편화된 다수로서의 (소문자) 인민popolo의 정치적 상상력과 관계 깊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이 상징을 축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거듭 갱신되는 부정을 통한 모색이라는 신동엽의 발언은 문학이 이분법적 형이상학이나 맹목적 상징과는 거리가 먼 구체적 개별자들의 감성적 영역에서의 부단한 자기갱신과 관계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고에서는 신동엽 시의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의 이미지와 눈동자 이미지들을 분석하며 그의 시가 농본주의, 민족주의, 무정부주의라는 상징적 범주에 의해 규정적으로 판단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에 대한 무제약적 상상의 구체적 예가 될 것임을 살펴본다. 신동엽에게 시와 민주주의는 공히 무제약적 희망의 작용인이면서 동시에 형상이었다.
Abstract
Shin Dong-Yeop is well known as a representative national poet in Korea. However, this paper argues that Shin Dong-Yeop’s poetry is to be read in a new context of self-revising. Shin Dong-Yeop didn’t want his poetry to be regarded as the literary equivalent of a social movement. Rather, he argued, in his essay, that poetry itself should not be targeted and fixed as the mere literary referent of social signs. He thought poetry should be re-invented permanently. In his poetics, poetry is something that is always being created just same as the democracy. Democracy originally meant “people’s power(demokratia.)” So, the signified of this signifier can’t be fixed. Rather, it is a kind of ‘floating signifier’, the meaning of which is always to be re-inscribed. Then, according to Shin Dong-Yeop, the commom subject of democracy and poetry is not what they mean but how and what we hope to fulfill these signifiers. There lies aesthetics of democracy of Shin Dong-Yeop’s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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