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에서 언어의 사변적 본성
Das spekulative Wesen der Sprache bei Hegel
하광언
초록
헤겔 언어철학의 핵심은 “언어는 정신의 현존재이다”라는 명제에 함축적으로 집약돼 있다. 헤겔 사변 철학의 입장에서 볼 때 언어는 주관적 정신이 직관과 표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대타 존재의 형식으로 외화한 것이다. 헤겔 언어철학의 특성은 그가 체계로서 주관적 정신의 전개를 기술하면서 여기에 언어를 병치시키거나 속성화하지 않고 직관-표상-사유라는 이론적 정신의 계기들을 언어 생성 과정과 동일성의 차원에서 일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헤겔에게서 지성적 직관은 객체를 가지며, 그 객체는 심상이다. 심상은 이론적 정신의 즉자적 형태이며 즉자적 의식의 대상에 대응하는 정신의 소재이다. 헤겔의 직관은 다양한 규정을 자신 안에 함유한 단순한 직접성으로서 하나의 규정에서 시작해서 다른 규정으로 진전해 가는 그리고 다시 처음 규정으로 복귀하는 지성의 활동성이다. 이 직관적 소재는 이론적 정신의 직관, 표상, 사유의 발전 단계에서 사물로서 실현되고 언어로 현존하게 된다. 여기서 대상의 현존은 직관에 의해 존재 또는 순수존재로 포착되며 그 내용을 사상하고 정신에 직접 정립된다. 표상은 내화된 직관으로서 지성의 ‘직접적인 자기규정-존립(unmittelbares Bestimmt-sich-Finden)'인 직관과 스스로 자유 가운데 있는 지성 즉 사유 사이에서 매개로 작용한다. 이제 직관은 표상을 매개로 자기 고유의 심상을 자의적으로 기호의 형태로 바꿈으로써 자기를 외화하고 사유 즉 자유로운 정신으로 고양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헤겔에게서 기호는 소리 혹은 음성이다. 헤겔에 따르면 음성은 감각이나 직관, 표상 등 다른 직접적인 계기들보다 더 고차적인 지성의 현존 형식이 된다. 표상 단계의 상상력에서 자기 직관이 곧 기호로 규정되고 있다. 지성은 기억(Gedächtnis)으로서, 처음의 직접적인 직관에 대해 상기(Erinnerung)로서 투과한 것과 같은 ‘내화’의 몇 가지 활동을 기호로서의 직관에 대해서도 실행한다. 상기 때의 결합은 기호이지만, 기억으로서 지성은 이 기호를 자기의 것으로 삼으면서 그 기호가 지닌 개별적인 결합을 이름과 의미가 객관적으로 결합된 보편적 결합 즉 ‘지속되는 결합(bleibende Verknüpfung)’으로 높인다. 이것이 ‘이름을 유지하는 기억(das Namen behaltende Gedächtnis)’으로서 개념적 사유 활동의 장을 열어나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기억의 산물 곧 사상(Gedanke)은 사태이며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것의 단순한 동일성이다. 또한 헤겔은 지성은 사유된 것(만)이 존재한다는 것 즉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사상인 한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지성이 스스로 사유와 존재,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의 통일,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식내 존재를 언표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유 자체의 운동은 사유 혹은 존재가 그 스스로를 안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상 즉 언어에서 지성은 자기를 지성으로 자각하며 스스로가 즉자적으로 정신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언표하는 것이 사변적 명제이며 언어가 정신의 현존재라는 것도 이 명제에서 비로소 현실적인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