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에서 표상으로: 헤겔의 정신철학에서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이행 문제
Von der Anschauung zur Vorstellung: das Problem des Übergangs von der Kunst zur Religion in Hegels Philosophie des Geistes
박배형
초록
헤겔 철학에서 예술, 종교, 철학은 하나의 동일한 영역, 즉 절대정신의 영역을 이루는 세 계기들이다. 헤겔은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종교로부터 철학으로의 이행을 주장하는데, 특히 전자의 이행에 있어 해석상의 여러 난점들이 존재한다. 이런 난점들은 우선 헤겔이 예술과 종교에 부여하는 특별한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즉 예술과 종교가 모두 절대정신의 영역을 이루고, 근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지니면서 그 형식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다는, 다시 말해서 예술은 직관의 형식을, 종교는 표상의 형식을 갖는다는 헤겔의 입장과 관련되어 있다. 또 이 난점들은 그의 철학적 완숙기의 노작 『철학 대계』나 그의 『미학강의』에 서술된 이행과 그의 다른 저작들, 특히 『정신현상학』에서 서술된 이행이 서로 간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난점들이 난점들로서 계속 남아 있게 된다면, 헤겔은 일관적이지 못한 이론을 제시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이러한 의심은 헤겔의 체계 자체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와 같은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행에 관한 헤겔의 주장들이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의 표명과 함께, 이러한 해석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헤겔이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이행을 논할 때, 이를 참된 예술에서 참된 종교로의 이행이라는 구조 속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에 의거하자면, 우리는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이행에 대해 말할 때 참된 예술과 참된 종교를 기준으로 삼아, 즉 고전적 예술과 기독교를 기준으로 삼아 생각해야만 한다. 필자는 이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이행과 관련된 모든 난점들이 일거에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난점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이 해석이 갖는 장점과 타당성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