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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스파이영화의 지역적 계보

A Regional Genealogy of Post-1990 Spy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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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냉전시기 대표적 서사였던 스파이영화가 동서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에도 살아남아 인기있는 대중서사 장르로 되어 가는 과정과 그것이 각 지역에서 어떠한 의미와 맥락으로 이어지는지 그 계보를 정리한 것이다. 스파이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을 자양분으로 탄생하였으며, 따라서 냉전시기의 스파이영화도 진영의 이익이라기 보다는 국민국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방식으로 서사가 형성되었다. 영미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과시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한 007영화 시리즈는 영・미식 자유주의를 전파함으로써, 영・미의 국가 이익이 진영 전체의 이익으로 치환되는 서사를 구현한다. 1990년대 이후 서구 스파이영화에서는 소련이라는 적이 사라진 자리를 자본가나 무기상, 테러 집단 등 다변화된 적이 대체하고 있으며, 스파이 자신의 정체성 혼란과 재정의가 서사의 핵심을 이룬다. 한편 동아시아에서 스파이영화는 2000년대 이후에 주로 국가간 민족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20~4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냉전/신냉전이 탈식민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는 동아시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냉전시기 동아시아에서의 전선은 한국/일본 대 중국이었지만, 신냉전의 시대에 전선은 한국/중국 대 일본이라는 것이 스파이영화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또한, 반공영화의 자장 속에서 만들어진 간첩영화와 007 시리즈를 정전으로 하는 첩보영화를 두 계보로 이어져온 한국 스파이영화는 1990년대 이후 양자의 전통을 통합하는 동시에 비틀고 있으며, 남녀, 혹은 형제로 유비된 남북관계는 남북을 대표하는 캐릭터간의 로맨스와 브로맨스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다. 요컨대, 신냉전 시기 각 지역의 스파이영화는 냉전의 DNA를 활용하면서도 자신을 재규정함으로써 냉전 이전 질서로의 복귀를 꾀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 스파이영화는 탈식민과 탈냉전 논리가 결합된 동아시아 스파이영화의 계보 속에 있으면서도 파트너쉽을 통한 신뢰 구축 서사가 강조된다는 특징이 있다.

Abstract

This paper delineates how the spy film, the representative narratives in the Cold War era, remained a popular narrative genre after the 1990s in the regions and contexts of the East and West. The following is a summary of this genealogy: First, the genre was created to fuel the competition between imperialist powers during World War I, and it was then formulated into a narrative in service for the good of the nation-state rather than that of the entire bloc in the Cold War. Second, as a display of Anglo-American cultural hegemony and by spreading Anglo-American liberalism, the 007 film series pushed the narrative that was what good for the US and UK was good for the entire First World bloc. Third, post-1990 Western spy films replaced the former antagonist of the USSR by diversifying the opponents with capitalists, arms merchants, and terrorist groups, with the spy's confusion and redefining of their own identity forming the core of the narrative. Fourth, post-2000 spy films in East Asia were set in the 1920s~40s, the region's peak era of conflict between nation-states, reflecting how the Cold War/New Cold War is tied to postcolonialism in East Asia. While Korea and Japan faced off against China during the Cold War, the spy films clearly portray Korea and China as allies against Japan in the New Cold War. Fifth, the Korean spy film genre continued its tradition of espionage films made in the sphere of anticommunist films and spy films in the tradition of 007 even in the 1990s. That the most recent spy film The Spy Gone North features a new character of a South Korean spy dispatched to North Korea, while also combining and subverting these two subgenres, speaks to how times have changed. Sixth, Korean spy films which analogize South-North Korea relations as between men and women or brothers resolve conflict through romance or bromance respectively. South and North Korean characters recently have been depicted as partners working together to achieve a shared goal. This focus on building trust through collaboration rather than familial love demonstrates that peace and unification between the two nations is no longer merely an issue of a single Korean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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