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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초기 시의 허무주의와 그 전화(轉化)

The Study of Nihilism and the Change in Ko-eun's Early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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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기타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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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이후 한국 시단에는 허무주의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인 시인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1960년 첫 시집 『피안감성』을 상재한 고은 역시 허무주의적인 시세계를 펼쳤던 시인 중 하나였다. 유년기의 식민 체험과 곧 이어진 전쟁 체험 앞에서, 세계의 폭압에 대한 자아의 대응 방식의 하나로 당대의 허무주의는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허무주의적 시세계는 흔히 현실주의자들의 논리 앞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허무주의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감성으로 일관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허무주의적 시세계가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상처를 빛나는 감성의 결로 쓰다듬어 위무하고 정화하는 기능을 담당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역시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60년대 허무주의적 시세계를 단지 현실주의적인 비난이나 소극적인 긍정으로만 에둘러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점은 허무주의에 대한 비난이나 찬양이 아니라 60년대 한국 시사의 맥락에서 그리고 60년대를 관통하는 무의식의 한 단면을 읽어내는 데 허무주의라는 키워드는 유용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고은을 주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고은은 60년대 허무적 시세계에서 70년대 현실주의로 전화한 독특한 이력서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은의 시세계를 평가하는 논자들은 흔히 60년대의 허무적 시세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비해, 70년대 현실주의적 시세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우리가 문학을 보는 관점이 그만큼 현실주의적임을 적시한다. 동시에 우리가 허무주의에 대해 너무나 막연하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니체에 따르면 허무주의는 부정적 허무주의, 반응적 허무주의, 수동적 허무주의, 적극적 허무주의로 나눌 수 있다. 고드스 블롬은 이를, 강력하고 적극적인 허무주의와 약하고 소극적인 허무주의로 이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고은의 시세계는 소극적인 허무주의에서 적극적인 허무주의로 전화해 간 것이다. 본고는 이를 증명하면서 고은의 60년대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려 했다. 고은의 초기시는 죽음이나 소멸 의식이 전면에 드러난다. 이는 그의 시세계의 원동력이 ‘누이 콤플렉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그의 ‘누이 콤플렉스’가 타나토스와 에로스의 상충되는 힘 속에서 탄생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고은의 허무주의는 죽음에 경도되어 있으면서도, 그 속에 생에 대한 에너지 또한 함께 갖추어놓고 있다. 그의 에로스적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숭고한 미적 범주 속에 편입되기를 욕망하는 자아의 의지로 표현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러한 의지가 다시금 ‘죽음’ 내지는 ‘자살’을 상상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상상적 자살이 뒤르켐이 말한 바 있는, ‘이기적 자살’의 유형이 되는 것은 개인적 구원으로서의 시쓰기에 그가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그의 초기시가 현실주의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그것은 고은의 초기시가 지닌 이러한 개인적 성향과 관계된다. 그러나 그의 상상적 자살은 장시 「니르바나」(1963년), 「사형」(1969년)를 통해 이타적 자살의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희생을 통한 타자의 구원이라는 테제를 담고 있는 이 작품들은 전태일의 죽음을 마주한 이후, 본격적으로 고은의 내면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그의 시에서 이기적 자살의 모습이 거의 사라지고 이타적 자살의 양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초기시는 여전히 죽음과 소멸에 탐닉하는 허무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74년 『문의 마을에 가서』 이후 고은의 시에서 나타나는 죽음 양상은 이기적 죽음이 아니라, 이기적 · 이타적 죽음을 모두 포괄하고, 나아가 죽음 그 자체에까지 의문을 던지는 전적인 회의와 부정 정신, 즉 긍정적 허무주의자로서의 지평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의 시세계는 허무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전화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 허무주의에서 긍정적 허무주의로 전화해 간 것이다. 따라서 고은의 시세계를 현실주의적인 잣대를 통해서 평가하는 것은 그의 시세계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Abstract

After Korean War, nihilism was prevailed within Korean poets, and so Ko-eun. He published his first collection of poems, Other world sensibility in 1960. He experienced the colonial era and Korean War, and these kinds of experience led him to be a nihilist. Nihilists are often criticized by realists, because nihilism cannot go against the real world which is negative. However, it is not important whether nihilism should be criticized or not. The point is that nihilism is the key word to be able to explain 1960s. That is why we need to study about Ko-eun's poems. He is known as a nihilist in 1960s and a realist in 1970s. Those who study his poems usually evaluate his poems in 1960s negatively. Instead, they value his poems in 1970s above them, which proves that we are familiar with realism. Nihilism is divided into negative nihilism, reactive nihilism, passive nihilism, and affirmative nihilism by Nietzsche; negative nihilism, affirmative nihilism by Johan Goudsblom. Nihilism doesn't mean just negative thoughts about the real world, but it also tries to improve the real world. In short, Ko-eun's works changed from negative nihilism to affirmative nihilism. This study is to prove it. Death and extinction are the main themes in his early works, but Eros also appears with those themes. His Eros shows a will for self-salvation. Ironically, his will is expressed by imagining 'death' or 'suicide' again. This is called 'egoistic suicide'. However, he changed to a poet dreaming 'altruistic suicide' while he wrote "Nirvana"(1963) and "Sentence to death"(1969). Especially after Jeon Tae-il's suicide, this aspect of 'altruistic suicide' was shown well. Nevertheless, his early works still shows a nihilist studying about death and extinction. Since "At Munui village"(1974), his poems have contained both 'egoistic suicide' and 'altruistic suicide'. Furthermore, he has expressed absolutely skeptical view and negative thought which doubts death itself. Namely, Ko-eun became an affirmative nihilist. Therefore, we should not criticize his poems with realism, which can not explain his poems correctly.

참고문헌 (18)

  1. 고은, "피안감성" (1960), 청우출판사
  2. 고은, "해변의 운문집" (1964), 신구문화사
  3. 고은, "신ㆍ언어최후의 마을" (1967), 인문서점
  4. 고은, "문의 마을에 가서" (1974), 민음사
  5. 고은, "고은 전집" (2002), 김영사
  6. 김승희, "파란과 신명의 축제 in : 고은문학앨범" (1993), 웅진출판사
  7. 김재홍, "한국전쟁과 현대시의 응전력" (1978), 평민사
  8. 김준오, "시론" (1999), 삼지원
  9. 김현, "시인의 상상적 세계 in : 현대 한국문학의 이론" (1972), 민음사
  10. 박시성, "정신분석의 은밀한 시선" (2007), 호형출판
  11. 천형균, "고은 초기 시에 나타난 演技의 의미", 작가세계 (1991), 세계사
  12. 편집부, "한국전후문제시집" (1963), 신구문화사
  13.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소사전" (1990), 동녘
  14. 고드스 블롬, "니힐리즘과 문화" (1991), 문학과지성사
  15. 마르틴 하이데거, "니체와 니힐리즘" (1996), 지성의 샘
  16. 마르틴 하이데거, "휠더린과 시의 본질 in : 시와 철학-휠덜린과 릴케의 시세계" (1975), 박영문고
  17. 에밀 뒤르켐, "자살론" (2008), 청아출판사
  18. 질 들뢰즈, "니체와 철학" (2001),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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