均如와 崔行歸의 「普賢行願品」 번역- 문화 간 소통으로서 중세 번역의 이해를 위한 試論 -
A Study on the Translation of Ten Vows of the Bodhisattva in Samantabhadra Avatamsaka Sūtra: With Emphasis on Translation in East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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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논문의 출발점은 한국 중세에 존재했던 다양한 飜譯 현상들을 살피면서 서구 중심의 번역 개념이 포괄할 수 없는 동아시아 번역에서의 ‘새로운 현상들과 낯선 전통들’의 양상과 의미를 규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한 것은 『均如傳』에 실린 ‘번역’ 작품들로, 관련 텍스트는 세 가지이다. 즉 唐 貞元本 『華嚴經』 「普賢行願品」, 이를 鄕札로 읊은 均如의 「普賢十願歌」와 서문, 이 두 텍스트를 漢譯한 崔行歸의 漢詩와 번역서문이다. 민족어와 고려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며 근대 민족문학사의 구성에 기여한 선언적 국면으로 평가되어 왔던 이 텍스트들을 고려전기라는 시대의 자기 맥락에서 다시 읽는 것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균여는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향가로 바꾸면서 逐字譯을 하는 대신, 종지와 法理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비루한 언어’와 ‘세속의 이치’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와 같은 전략의 구사가 가능했던 것은 불교-화엄종의 언어와 진리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불교는 ‘모든 언어를 부처의 말’로, ‘개개의 문자는 그 상은 다르지만 이치를 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균여는 “『화엄경』의 종지를 전달하는 방편”으로 一部가 全部를, 하나가 一體를 表達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설파하였고, 이는 언어의 문제에서도 동일하게 발휘되어 ‘저속한 노래의 말들’ 또한 저열한 바탕을 인도하고 큰 인연을 드러내는 ‘방편’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으로 강력하게 표현되고 있다. 불교의 보편 진리를 구현하는 방편으로서 향찰이라는 언어, 향가라는 양식이 갖는 동등한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근대적 가치로서의 개별성과 주체성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중세 보편 시대에서의 개별성과 주체성의 함의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최행귀가 향가를 다시 한시로 번역한 것은 향찰과 한문이 동일한 것[同文]라는 의식에서, 균여의 향가와 序를 종교와 문학의 경지에서 보편 언어의 세계에서 소통시키기 위해서였다. 중국 또는 고려 한쪽만이 아니다. 이때 최행귀는 고려의 향가와 중국의 한시를 대등하게 놓으려는 태도를 분명 보였다. 그러나 이는 향가의 독창성, 문학성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려는 ‘근대적’ 언술이 아니다. 그의 근거는 진리를 구현하는 방편으로서 제반 언어와 양식이 갖는 중세-불교적 평등성이었다. 이 평등성에 근거하여 문자와 양식을 달리하는 ‘『화엄경』의 ‘번역판’들이 차이를 초월하여 두루 통행되는, 세계를 꿈꾸었다. ‘同文’은, 華夏文明관이 수립되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저마다 中華-小中華를 자처하며 길항하던 고려후기 이후와는 다른 개념이다. 즉 배타적이고 우월한 관념에 입각한 ‘한문’ 중심의 공동문어의 세계가 아니다. 또한 동일하게 ‘중세’로 명명되고 있지만, 자국의 문자인 훈민정음이 발명된 조선전기 이후의 상황과도 대비를 이룬다. ‘諺解’를 통해 經文에서 經文으로의 번역-직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문을 공동문어로 하는 중세라 해도, 한문과 완전하게 구별되는, 독자적인 서기 체계를 갖기 이전의 시대, 고려의 맥락에서 선택된 번역 방식이었다.
Abstract
Can translation in East Asia be understood under the same context with translation seen from the viewpoint of the contemporary West? Or is it homogenous with the basic concept of translation that presupposes the transfer of language among different civilizations, or, in many cases, one-sided acceptance of the opposite culture? To suggest a rough conclusion, the concept of translation in East Asia in the medieval period has to be newly reinterpreted under the context of East Asia in which translation is carried out. Such an issue was raised in the translation studies in China and Japan, which suggested that translation in East Asia embodies “new phenomena and unfamiliar tradition” to which the concept of Western language-oriented translation cannot easily be applied. Choe Haeng-gwi’s version of a verse translated in Chinese letters steps on the linguistic path from (1) the Chinese letters (in China), to (2) hyangchal(鄕札) (in Goryeo) and then to (3) Chinese letters (in Goryeo). Unlike the case of the route from (1) to (2), the route from (2) to (3) can be recognized as one of the characteristic trends in this period. Seen from the perspective of (1) as a starting point, however, the text (3) is the outcome of retranslation. It, therefore, is necessary to figure out how it is the same as or differs from retranslation in modern times as such an examination will help explain how Korea has succeeded in transforming civilization in history. The reasons for Choe Haeng-gwi to translate hyangga(鄕歌) again into a Chinese-letter verse are two-folds: First, Choe had a consciousness of interpreting (2) and (3) as “one culture” that overcame the differences in language between hyangchal and Chinese letters. Second, Choe hoped to let Gyunyeo’s hyangga and the Preface communicate each other in the literary world of (1) by overcoming the dimension of religious practice. This shows Choe had an active sense of communication with other civilizations before the advent of a new East Asian order centering on the idea of zhonghua (中華, Sino-centrism) – literally a combination of zhongguo (中國, China) and huaxia (華夏, Chinese civilization) – which meant the “brilliant center” and was used as a rhetoric denoting China’s self-esteem. From the perspective of translation, such an attempt raises an important question to the concepts of modern West that the source text and the target text can be interpreted as the original and a copy, respectively. In other words, the influence of translation in the form of wielding cultural power did not work in Choe Haeng-gwi’s translation as was mentioned ab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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