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타 오리자 군상회화극의 ‘세미-퍼블릭한 공간’ 연구
A Study on the ‘Semi-Public Place’ of Hirata Oriza’s 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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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는 특히 연극 창작 활동의 초기에 고정된 극중장소에서 중단이나 비약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10여 명, 혹은 그 이상의 등장인물들이 그 장소를 드나들며 일상사 차원의 일들을 자연주의적인 방식으로 모사하는 ‘군상회화극’을 왕성하게 만들어냈다. 또, 특유의 연극 스타일과 창작 방법론을 저술과 연극 워크숍을 통해 이론화하고 전수해 왔다. 그 방법론에서 연극 창작의 출발점은 극중장소를 선택하는 일이다. 히라타 오리자는 극중장소를 착안하고 구사하는 원리로 이른바 ‘세미-퍼블릭한 공간’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히라타 오리자 연극 창작 방법론의 간판처럼 여겨지는 ‘세미-퍼블릭한 공간’이란 공적인 장소와 사적인 장소의 두 성격을 모두 지니는 극중장소를 뜻한다. ‘세미-퍼블릭한’ 극중장소는 공간배경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려운 연극 서사의 제약을 상당히 해소하고 또 사회적인 주제와 인간적인 주제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유용한 점이지대가 된다. 히라타 오리자 군상회화극의 ‘세미-퍼블릭한’ 극중장소들은 전통적 극작법에서 말하는 ‘닫힌 장소’ 유형에 가까워 보이지만, 주변의 여러 장소들을 잇는 통로 상에 위치하며 출입이 자유로운 개방적인 구조를 띤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렇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빈번히 출입하면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극적 상황이 빚어질 수 있는 곳이다. 무대화하는 가시적인 극중장소만큼이나 히라타 오리자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무대 밖에 놓여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주변의 장소다. 특히 바로 가까이에 붙어있는 ‘인접장소’의 물리적 구조와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간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극중장소의 실감을 보장하고 높인다. 전체 공간배경의 구심점이거나 그 공간이나 공동체의 본래 목적을 수행하는 핵심적인 현장 역시 대개 극중장소로부터 가까운 바깥에 자리잡는다. 즉, 히라타 오리자의 세미-퍼블릭한 공간은 거의 예외 없이 ‘핵심 현장’을 비껴난 ‘부차적인 현장’이다. 연극의 표면에 전경화하는 극중장소를 대단히 세밀한 모사적 수법으로 재현하는 데 비해, 그 이면의 핵심 현장에는 언제나 부재나 수수께끼의 요소가 자리잡는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空洞) 혹은 무위(無爲), 불가해한 진리나 불가지의 진실이 극적 세계의 내핵(內核)에 놓임으로써 군상회화극의 무대는 일상모사적인 재현에서 그치지 않고 작위(作爲)적인 재현으로서의 연극성을 띠는 가능성을 품게 된다.
Abstract
Japanese playwright and director Oriza Hirata was particularly active in creating plays in the “Poly-Conversation Ensemble Play” style during the early stages of his theatrical career. This style involves a fixed stage setting where time passes naturally, without interruptions or jumps, with ten or more characters moving in and out of the space and engaging in everyday, naturalistic dialogues. Hirata has shared his unique theatrical style and methodology through his writings and by hosting theater workshops. In his approach to playwriting, the starting point is the selection of the space to be staged. He introduces the concept of the “Semi-Public Space” as a principle for conceiving and utilizing the staged space. The “Semi-Public Space,” a hallmark of Hirata's theatrical creations, refers to a staged place that combines both public and private characteristics. This semi-public space overcomes the constraints of theatrical narratives, which often restrict the freedom of stage usage, and serves as a useful setting for exploring both social and human themes in the staged place. Hirata’s “Semi-Public” places in his poly-conversation ensemble plays differ from the “Closed Spaces” of traditional playwriting. Located on passages that connect various surrounding locations, with an open structure that is not blocked by doors, these places allow multiple characters to frequently enter and exit, thus creating diverse and dynamic dramatic situations. Just as important as the visible staged place, Hirata Oriza also carefully considers the surrounding places that are offstage and not visible to the audience. He especially pays attention to the spatial characteristics and configurations of the “Neighboring Places” that are in close proximity and indirectly depicts the events occurring there, thus enhancing the reality of the staged place. The “Core Site”, the focal point of the space or community where its primary purpose is realized, is typically located just outside the staged place, in close proximity. In other words, Hirata Oriza's semi-public space is “Secondary Core Site” that bypass the nucleus of the space or community. In contrast to the highly detailed mimetic reproduction of the staged place on the surface of the play, the core site behind it is always characterized by absence or enigmatic elements. By placing emptiness, inaction, or an incomprehensible truth or unknowable reality at the core of the dramatic world, the stage of the poly-conversation ensemble play transcends mere naturalistic representation and opens up the possibility of becoming an artificial reproduction that embodies theatric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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