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만리>의 이행기 정의와 연극사의 탈구축
The Transitional Justice of Kyeokjeong-Manri and the Deconstruction of Korean Drama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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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1991년 극단 아리랑에 의해 초연된 <격정만리>를 ‘이행기 정의’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격정만리>는 한국 근대연극사를 극중극이라는 형식을 활용하여 재현한 작품으로서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에서 갑자기 제외되면서 이른바 ‘<격정만리> 사태’를 낳았다. 이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던 이행기라는 상황에서 아직 완고하게 자리잡고 있던 권력의 냉전적 사고가 연극계 내부의 진영 논리와 엮이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격정만리>의 이행기 정의 크로노토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연극사의 주류로 여겨진 ‘신극’ 운동 그룹이 근대연극사에서 점해 온 과잉 대표성을 해소함으로써 연극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연극단체와 연극인들의 복권을 시도했다. 둘째, 정치-예술 일원론적・도구적 연극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연극의 독자성과 자율성에 대한 옹호를 드러내었다. 셋째 조선적 전통에서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지식인 연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조선적’인 연극이 부상되었다. 이러한 이행기 정의 크로노토프를 통해 집합적 기억에서 배제되었던 대중극 및 전통 연희 집단의 사적 기억을 연극사의 주류적 담론과 기억에 대한 대항적 혹은 대안적 기억으로 살려내려 한 점에 <격정만리>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극사의 탈구축은‘구술생애사’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극단 아리랑은 2006년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격정만리>를 재공연하게 되는데, 재공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초연에서 활용했던 ‘해설자’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해설자를 대신하여 막간 가수를 내세워 막간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 점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로 막간 가요와 극중극의 재연에 있어 최대한 식민지 시기의 발성법과 어투를 재현하려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막간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이 연행되던 식민지 극장의 모습을 최대한그 시대와 유사하게 재현하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21세기 이후 민주화의 과정에서 이행기 정의의 실현이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진전됨으로써 연극사를 둘러싼 공적 기억의 탈구축이라는 ‘거대 서사’보다 ‘미시 서사’에 주목하면서 연극 본연의 요소에 집중한 결과로 판단된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play Kyeokjeong-Manri (Passion Faraway), first performed in 1991 by the Arirang Theater Company, from the perspective of transitional justice. The play depicts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drama using the play-within-a-play format. However, the work was suddenly excluded from official participation in the 1991 Seoul Theater Festival, an incident that has been called the Kyeokjeong-Manri affair. This incident seems to have been motivated by a Cold War mentality related to the conflict between the liberal and conservative factions of theatrical circles during the transition to democracy in the 1990s. The chronotopes of transitional justice in Kyeokjeong-Manri may be approached from three directions. First, it tried to reinstate some actors who had previously been marginalized in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drama due to the overestimation of new theater groups that had been regarded as mainstream. Second, it depended on the independence and autonomy of theater by criticizing the political point of view of art and theater. Third, Korean local-colored theater emerged instead of intelligentsia theater, which was very distant from traditional Korean performances. The performance was significant because it restored private memories of melodrama groups and traditional performance groups and presented them as counter or alternative memories to the mainstream memory of modern Korean drama history at that time; this rewriting of history was possible thanks to the oral life histories of veteran melodrama actors. In 2006, a revival performance of Kyeokjeong-Manri was presented to commemorate the 20th anniversary of the Arirang Theater Company. The revival differed from the 1991 premiere in several aspects. In this performance, the narrator, who had dominated in the premiere, was absent, and the revival used singers during the intermission instead of the narrator. Additionally, the show deliberately tried to imitate the vocalizations and old accent from colonial-era performances. These changes aimed to revive various performance elements from colonial theater, including intermission shows. As transitional justice has become irreversible in Korea after the 21st century, the performance was able to express its true character by concentrating on micro-narratives in place of the macro-narratives of modern Korean drama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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