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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하중을 넘어 새로운 사회 구성 원리를 향해 - 고정희 시에 나타나는 생태학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Beyond The Load of Oppression, Towards a New Social Constitutional Principle - A Study on the Ecological Identity in Go Jeong-hee’s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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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한국어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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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의제는 나날이 특수한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 사회의 근대 혹은 근대성이 배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속에서 확장되고 있다.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갈등을 각자의 방식대로 다르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 ‘억압의 복잡성’ 개념을 떠올릴 때, 젠더 이슈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 계급, 사회적 지위, 성 정체성 등이 교차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위치성을 가진 행위자들이 어떻게 역동성을 발휘하면서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본고는 여성들 내부의 차이를 확인하여 누가 더 억압되었는지 그 고통 받은 정도의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여성들 간의 다양한 위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를 적극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구체적인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여성(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실천의 경로를 고정희 시를 독해하는 과정에서 구해보고자 한다. 이는 사회가 발전되어야 한다는 명목 하에 배제되어왔던 이들을 소환함으로써 기존 사회가 무엇을 파괴해왔는지 그 문제점을 드러내고, 새로운 방식으로의 사회 구성 원리를 제시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적인 실천의 가능성이 일찍이 고정희 시에서 구현되어왔음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고정희의 작품 세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문학적 자아는 ‘생태학적 정체성(ecological identity)’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시인이 기존 상징 질서에 대한 비판 및 대안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방식이 생태학적 정체성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적 상상계’의 형성 과정으로 삼기 때문에 가능한 규명이다. 고정희의 시가 ‘억압의 복잡성’을 겪는 사람들을 마냥 억압의 하중을 견디는 피해자의 형상으로만 두지 않고, 그들 각자의 힘을 가진 주체로 살려내는 시학(poetics)의 전거를 마련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정희 작품 전반에서 ‘살림’을 수행하는 자는 가장 낮은 곳에서 핍박받는 존재들이다. 시인의 관심은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이 억압적인 현실에서도 어떻게 삶의 생동감을 견인해내고 떳떳한 ‘주체’로 발화하는지를 형상화하는 일에 있었다. 고정희는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는 변혁의 목소리는 다양한 위치의 행위자들이 자신에게 닥친 삶의 현장을 상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감당할 때 능동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맥락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고정희 시에서 인간의 폭압적인 역사와 거기에서 짓밟히는 민중의 삶을 그릴 때에도 나무, 땅, 바람, 꽃 등 주변 자연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존재로 비유를 활용하는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과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되살아날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자생적 메커니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생태학적 정체성’을 갖춘 문학적 자아가 고정희 시 전반을 관장하고 있음을 이해할 때, 또한 이와 같은 생태학적 정체성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적 상상계’의 형성과정이 곧 기존 상징 질서에 대한 비판 및 대안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방식임을 밝힐 때, 고정희의 시가 품고 있는 이미지들은 기존의 세계와는 다른 방식의 세계를 꿈꾸고 있음을 진단할 수 있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향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관계가 필연적으로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가 ‘살리고’ ‘살아나는’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사회,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게끔 만드는 유동성 등을 고정희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 같은 시 세계를 가능케 하는 문학적 원류를 일컬어 ‘데메테르-페르세포네 시학’이라 총칭하면서 고정희 시를 읽는 관점을 ‘생태 여성론’의 시각과 연결시킨다. 여성적 상상계의 설립으로 가능한 생태학적 정체성 및 모든 존재들이 살리고 살아나는 ‘데메테르-페르세포네의 시학’은 기본적으로 핍박받는 소수의 존재들의 해방과 자연 해방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 속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제안하는 방법으로 고정희의 시 세계를 재독하는 과정을 가진다면 우리는 고정희라는 시인만의 특이성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억압의 복잡성’으로 발발하는 지금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로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모두를 구성적 존재로 고려하는 ‘생태학적 전체성’에 대한 사유 역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how the possibility of feminist practice to present the principles of social composition in a new way can be realized in literary texts. When ‘Go Jeong-hee’ expresses people suffering from social and structural problems, she does not portray them as powerless. Rather than, she expresses the power of the people, women, and other subordinate bodies to heal and revive themselves. Her poetic-ego has an ‘ecological identity’ and is formed a ‘female imaginary’. Many symbols in the poem, ‘Go Jeong-hee’, say that all we need is a relationship that lives and survives on each other, not dedication and sacrifice. This study called the poet’s method ‘Demeter-Persephone Poetics’. The poet’s approach will help solve the problems of modern Korea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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