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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적 법학으로서 법정신분석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Psychoanalytic Jurisprudence - An Introduction to Korean Academ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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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지닌 젊은 학문인 정신분석학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법학 사이의 학제적 연구는 주로 영미권에서 ‘법학과 정신분석학’(Law and Psychoanalysis, 또는 Psychoanalysis and Jurisprudence)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왔다. ‘법정신분석학’은 100년도 채되지 않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비교적 신생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꾸준한 관심 속에서 중요한 문헌들이 생산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법학과 정신분석학’이든, ‘법정신분석학’이든, 법학과 정신분석학의 학제적 접근이 매우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다. 프로이트라는 인류 지성사의 대표적인 인물이, 법학에서는 흔적조차 희미한 너무나 낯선 이방인이다. 이러한 현실 아래서 이 논문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법과 정신분석학’ 또는‘법정신분석학’이라는 이 생소한 학제적 법학 분과가 어떠한 것인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물론 영미권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어왔다고 해서 그 연구가 한국적 맥락에서도 반드시 유용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생각해보면, 법정신분석학 또한 한국의 법에 적용될 유용성 내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은 법정신분석학이 어떤 학문분과이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논문의 제목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문구를 담고 있지만, 법정신분석학의 역사를 고증하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정신분석학이 법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던 1960년대 미국의 판결들 중에서 흥미롭고 또 법정신분석학의 본질적 특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사례들을 몇 가지 선별하여 소개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법학자의 정신분석학과의 의미 있는 이론적 교류를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법정신분석학의 ‘과거’를 이념형적으로 서술하고, ‘현재’ 법정신분석학의 주된 연구 경향을 소개하며, 나아가 현재의 경향의 연장선에서 이 학문의 ‘미래’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그 비전을 그려보고자 한다. 각각의 파트는 사실 너무나 방대하기에, 하나의 논문 안에 이 세 부분을 다 담아보려는 시도가 학문적 엄밀성을 떨어뜨리는 무모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위험성이 있다하더라도, 법정신분석학의 존재감이 아직 거의 보이지 않는 한국의 법학담론에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록 불완전하고 거친 모습일지라도 모두 소개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우선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것인지를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하여 소개하고, 정신분석학과 법학의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 그리고 법정신분석학이라는 학제적 분과가 어떤 성격의 분과인지를 살펴볼 것이다(II). 다음으로는 정신분석학이 법학과 유의미한 교류를 했던 역사가 분명 존재함에도 -예를 들어 1960년대 미국에서 정신분석학은 직접 판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법정신분석학이 현재의 법적 담론에 이상하리만치 ‘부재’하는 이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시도해본다. 다시 말해 ‘법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분과의 뚜렷하며 고유한 관점이, 그리고 그런 학문이 유의미한 존재감을 보이며 존재했다는 사실에 대한 논의 또한, 현재의 법담론에서는 누락된, 또는 부재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법학의 무의식 속에 법정신분석학적 관점이 억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다소 실험적인 해석을 시도해보는 것이다(III). 제3장은 그래서 ‘법학의 무의식에서 법정신분석학의 흔적 캐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이 부분에서는 법정신분석학의 역사중 어떤 것들이 망각되어 있는 것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들어 주요한 법학자들이 프로이트의 이론과 교류한 부분이라던지, 아니면 미국의 판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와 같은 경우들이 고찰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미국 법실무에 정신분석학은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법학자 Redding이 법정신분석학을 세 가지 부류로 분류하면서 말했듯이, 법실무로서 정신분석학이 법정에서 직접적으로 사용되던 시대는 이제 저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상 과거를 토대로 하여 현재와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듯, 법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분과에 대하여 고찰할때에 정신분석학이 직접 법실무에 영향을 미쳤던 과거에 대한 고찰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그런 미래가 다시 펼쳐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법정신분석학이 기초법학으로서 기여할 현재적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그 발전이 더디고, 또 법정신분석학의 지난 역사가 마치지워진 듯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법정신분석학에 대한 ‘심리적 저항’으로서 일종의 증상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으며,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해석해볼 만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IV장의 1.부분은 그와 같은 실험적 테제를 조금 더 고찰해보면서, 법학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다루어본다. 그런데, 정신분석학은 단지 법정에서 과학적 증거(scientific evidence)로서 사용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법을 더 인간적인 제도로 만드는 데 근본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이를 법정신분석학의 해방적 힘이라 칭하고자 한다. 즉, 기초법학으로서 법학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의문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던짐으로써, 법이 보다 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제도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 해방적 힘은 다양한 각도에서 작용할 수 있다. 인간이 무의식에 사로잡혀서 비이성적으로 사고할 때 그 무의식의 힘을 분석해냄으로써 인간을 해방시킬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우리의 무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법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석한다-, 또는 불필요한 문명적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법정신분석학의 주된 연구 경향은 이와 같은 기초법학적 접근이 주류를 이룬다. 마지막장에서는 이 가능성을 법정신분석학의 현재와 미래로서 고찰해본다(IV).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인 Rorty는 1980년에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정신분석학적 용어의 적용가능성에 적응하는 또 다른 몇 백년에 들어와 있다. 우리는 여전히 프로이트가 제기한 정말 중요한 물음들에 답하는 아주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다.” 그는 이 글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인해 제기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갈릴레이나 뉴턴이 가져온 변혁에 비교하면서, 그들의 이론이 이해되기 위해 200년이 넘게 걸렸던 것처럼 프로이트의 혁명 또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였다. 프로이트 또한 자신의 발견을 다윈의 진화론이 불러온 ‘생물학적 충격’과 비견될 만한 ‘심리학적 충격’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평가들이 과대평가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통찰력 있는 평가였는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그런 검토의 연장선으로서 기초법학적 토대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하나의 작은 시론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스스로도 다 답할 수 없었던 거대한 질문들을 인류에게 남겼다. 그 자신도 스스로 제기한 거대한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론을 여러 번 크게 변화시키기도 했을 만큼, 로티의 말처럼 우리는 아직 프로이트가 제기한 정신분석학적 변혁에 적응하는 ‘몇백년’의 과정의 초입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 법정신분석학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에 대해 좀더 느긋한 마음으로 인내심과 의지, 용기를 가질 수 있을 법도 하다.

Abstract

This article aims at introducing the perspective of psychoanalytic jurisprudence, which is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bringing together law and psychoanalysis, to Korean legal academia. While historically psychoanalysis has, though not widely known, influenced law in the past, for example, in the American judicial systemin the 1960s, it is the common belief of modern legal studies that psychoanalysis is not a relevant discipline to the law due to doubts regarding its scientific value. This is, however, not true. The author argues that the psychoanalytic perspective holds a fundamental value in relations to legal studies, not only as one kind of scientific evidences but, more profoundly, by providing a provocative and emancipatory perspective. Psychoanalytic jurisprudence, however, is not receiving the attention that it deserves. This article aims to interpret such lack of interest asresistance from the law towards psychoanalysis. Through analyzing such resistance,it aims to open a new door for the perspective of psychoanalytic jurisprudenceto enter into the field of law. Furthermore, it explores the possibility of important contributions that psychoanalysis would bring to the field of law, viewing the mas an emancipatory power, helping the law become a more humane instit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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