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학’으로서의 ‘실학’ 개념 - 율곡 개혁론의 철학적 기초 -
The concept of ‘Silhak’ as a practical learning(實踐學) - the philosophical foundation of Yulgok's political reform the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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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지난 80여 년 동안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근대적 실학관’을 일단 괄호에 넣고, 가능한 한 조선사상사의 문맥에 즉해서 ‘실학’ 개념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초보적 시도이다. 여기에서 ‘근대적 실학관’이란 조선후기사회를 서구적인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실제로 역사 속에서 그와 같은 사상적·제도적·경제적 흔적들을 찾아내어 이른바 ‘실학’이라는 학문범주로 묶고자 하는 사상사적 관점을 말한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이 글이 주목한 개념은 율곡 이이의 ‘실심’이다. 율곡의 ‘실심’(實心)은 이후에 등장하는 ‘실심실학’ 개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특히 ‘실리’(實理)와 짝을 이루어 독특한 해석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여기서 ‘실리’란 “대자연을 끊임없이 운행시키는 우주의 원리 내지는 추동력”을 말하고, ‘실심’은 그런 원리나 추동력이 인간의 마음에 내재해 있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현실에서 천리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실천의지”를 가리킨다. 율곡은 변화를 세계의 본질로 파악했으며, 이러한 세계관이 그의 제도개혁론의 철학적 근거로 작용한다. 동시에 인간은 그런 제도적 개혁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도덕적 실천을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마음 안에 갖추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실심’이다. 율곡의 ‘실심’ 개념은, 한편으로는 조선전기에 ‘경’(敬)과 더불어 강조되어 왔던 ‘성’(誠)의 덕목을 잇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천성’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함축이 가미되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에 실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수광은 율곡을 계승하여 “실심으로 실정(實政)을 행한다”는 정식화된 명제를 사용함과 동시에, 사사물물에 들어있는 ‘리’를 다시 종교적인 ‘천’으로 재해석하는 퇴계적인 의미의 경천사상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율곡의 ‘실심’ 개념은 주자학에서 자칫 약화되기 쉬운 ‘실천’(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양명학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나, 마음과 독립적인 ‘물리’(物理)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주자학의 틀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하는 ‘실천학’으로서의 ‘실학’ 개념은 이미 율곡의 ‘학문관’에 배태되어 있고, 이후에는 다산 정약용의 ‘행사’(行事) 개념이나 동학의 “(동학을) 한다”고 하는 의미로서의 ‘학’ 개념으로 이어진다.
Abstract
This paper is a preliminary study which challenges the dominant view of Sirhak during last 80 years. Sirhak has been viewed as a modern thought by most of the historians who made effort to discover a modern factor at philosophical, political and economical aspect in the late period of Chosun. In this article, the author focuses on the concept of 'Silsim'(實心) in Yulgok which makes a pair whit Silli(實理). In Yulgok's philosophy, Silli means a kind of principle which makes universe unceasing, and Silsim refers to a practical will which can realize such principle at everyday life. Yulgok thought change is an essential character of universe, and so political innovation is needed when society changes. And Silsim makes it possible to do moral practice and institutional reform. Silsim of Yulgok, on one hand, succeeds 'Seong'(誠=sincerity) which was considered as an important religious and moral attitude from early period of Chosun, and on the other hand interprets it as Sil(實=practice). Later, Yi Sugwang uses a phrase of "doing practical politics(Siljeong) with practical mind(Silsim), and this phrase was used by many thinkers in the late period Chosun. He also succeeds Teogye's thought of 'reverence on Heaven' which interprets Li in the philosophy of Zhuxi as religious Heaven. Yulgok is similar with Wang Yangming in that he pays emphasis on 'practice'(行), but different with Wang Yangming in that he thought, like Chu Hsi, mind does not exist independently with Li. Yulgok's concept of Silhak as a practical learning has its root in his view of learning, and we can find similar concepts in later period, for example 'haengsa'(行事) in Dasan‘s philosophy or ‘learning’(學) in Eastern Learning(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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