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정부작위범의 미수 혹은 그 실행의 착수시기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도15529 판결-
Article 18 of Korean Criminal Act and Attempted Occupational Breach of Trust
오병두
초록
이 글은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도15529 판결을 평석한 것이다.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실시계획의 변경으로 피고인의 친인척, 지인 등이 환지받을 일부 환지예정지의 토지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를 반영한 환지계획변경인가 절차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시하거나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않고 사임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위반하여 일부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토지 가치상승액의 이익을 얻게 하고 피해자 조합은 그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상태를 방치하였다며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배임죄의 미수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형법 제18조를 언급하면서, “부작위를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사무처리의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등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부작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사안에 대해서는 대행회사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피해자 조합의 임원도 환지변경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고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져 조합원들 사이의 권리 관계가 확정될 급박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2011년 실시계획의 인가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할 작위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조합이 이 사건 환지예정지의 가치상승을 청산절차에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러한 작위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부작위범의 실행착수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다. 대법원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부작위한 시점이 실행의 착수시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사안에서는 “조만간 환지처분이 이루어져 조합원들 사이의 권리 관계가 확정될 급박한 상황”에서 부작위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평석에서는 대법원이 부작위범을 규정한 형법 제18조의 ‘위험’을 해석하여 업무상배임죄에서의 실행착수의 기준으로 제시한 점 그리고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시점인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때를 환지처분의 효력발생 시점으로 보는 전제에서 그 이전에 외부에서 인식가능한 ‘객관적 상황’에서 부작위로 나아가 경우 실행착수가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여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시기인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과 정합적으로 해석한 점에서 대상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