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글쓰기 전통에 의한 지식의 재생산 - 페르비스트의 세계지리지를 중심으로 -
Traditional Writing and Knowledge Reproduction -A Focus on World Geography in 18th and 19th Century Cho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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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18·19세기 조선 지식인들이 페르비스트의 저술로 알려진 세계지리지를 전통적 서술체계 속에서 재맥락화, 재범주화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또한 페르비스트의 세계지리지가 당대 유통되기 위해서 서구의 지적 체계에서 분리되어 유서의 문체적 특징으로 문화적 재생산되고, 그 결과물이 조선 지식인들에게 ‘서구의 것’으로 인식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세계지리지를 가톨릭 교리와 함께 서구 과학의 정합성을 선전하기 위해 서술하였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이 서구 지리 지식을 유통시키기 위해 기존의 학술적 범주로 끌어오면서 원본의 사회·문화적 맥락성을 휘발시킨다. 그리고 18·19세기 조선에서의 ‘필기’는 당대 팽창하는 지식을 처리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세계지리지의 문화적 재생산을 담당하였다. 서구 지리 지식을 토착화하는 지식의 정교화 과정은 그들이 가진 전통적 글쓰기 방식에 따른 실천으로 확인할 수 있다. 1) 기타로의 귀속: 윤동규는 『곤여도설』을 필사하면서 기존에 알려진 사실들, 예컨대 『속잡록(續雜錄)』 내 조선인이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만난 기록, 『명사(明史)』「역지(曆志)」 내 기존의 역법, 서구의 위도와 『광여도(廣輿圖)』의 단위 등을 부기로 남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확인 혹은 비교하는 성격을 가진 이와 같은 부기의 경우 『곤여도설』의 지식들을 기존의 지식체계의 어느 지점과 연결되는 지를 확인하는 지식화의 단계, 분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윤동규는 부기를 통해 서구의 사원소설을 불교와 결부시킨다. 기존의 학술적 범주로 속하기를 거부하거나 거부당한 지식들을 '기타'라고 정의한다면 사원소설은 존이불론(存而不論), 즉 존재하나 논할 가치가 없는 지식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기타’에 해당하는 지식의 확대는 기존 분류 방식의 한계를 노정한다. 2) 재범주화: 이돈중은 ‘오대주(五大洲)’라는 새로운 공간에 존재하는 유럽과 그것의 지시어로 번역된 ‘서양(西洋)’이라는 용어에 대해 재범주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전통적 공간개념인 직방(職方)에서 이역(異域)은 중국과 조공관계로 맺어진 지역을 의미하고 ‘서양’도 이역의 범주에서 발생한 용어였다. 아무리 예수회 선교사들이 ‘서양=오대주의 유럽’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하여도 이미 ‘서양’이라는 용어에는 직방의 공간으로서의 흔적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예수회가 번역한 ‘서양’은 기존 것을 새 것으로 대체할 수 없었고 어디까지나 기존의 관념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3) 재맥락화: 이규경은 서구의 지리 지식을 유서의 문체적 특성에 따라 박물학적 지식 체계의 하위에 배속시키거나 지괴류로 분류하여 재맥락화한다. 페르비스트는 『곤여도설』 하권을 기술할 적에 ‘인문 지리’라는 범주에서 해당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규경은 물론이고 중국, 조선의 지식인들은 이 내용들을 발췌하여 ‘지괴류’로 분류하여 학술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서구의 학술적 도전에 대한 비학술적 대응의 방식은 명말청초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에 입국한 이후부터 19세기 중엽 서양의 함대들과 맞서기 전까지 다수의 지식인들이 가진 서구의 지식에 대한 입장이었다. 기존의 배열과 범주들은 당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덧붙여지고 낯선 방식들을 논리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문화적 재생산을 지속한다. 그러므로 한역 세계지리지를 통한 지식의 지형도의 변환을 관찰하는 작업은 ‘통사적 연구’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식사적 관점은 변화의 지점들을 드러내고 강조함으로써 학술사의 지적 흐름의 연속성에 관한 새로운 조망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thesis examined how intellectuals in the 18th and 19th century Choson recontextualized and reclassified the world geography described in books known to have been edited by Ferdinand Verbiest, within the traditional narrative framework. It also examines how Verbiest's World Geography, in order to be disseminated in contemporary Choson, was detached from Western intellectual frameworks, culturally reproduced as traditional writing, and consequently perceived by Choson intellectuals as "Western knowledge." World Geography, published in China, was a text produced by Jesuit missionaries to promote the coherence of Western science with Catholic doctrine. However, East Asian intellectuals imported Western geographical knowledge into existing academic categories, thereby diluting its original social and cultural contexts. This refinement reflects traditional writing practices. In 18th and 19th century Choson, Biji筆記 was utilized contemporaneously to handle expanding knowledge. Three practices were identified as follows: 1) Attribution to 'Others': Yun Dong-gyu relegated narrative works, such as Taoist myths and Buddhist narratives, which were excluded from the Confucian perspective, as "others" and refused academic engagement. 2) Reclassification: Lee Don-jung attempted to reclassify the term "Western" as a new category named "Five continents" which conflicted with the Sino-centric categorization of the Eastern concentric world. 3) Recontextualization: Lee Gyu-gyeong recontextualized Western geographical knowledge within the framework of historical knowledge or classified it as a genre of Zhi Guai based on literary characteristics. From today's perspective, the writing of late Choson world geography might seem merely an attempt to adapt or assimilate new knowledge into the existing frameworks. However, the perpetuation of existing arrangements and categories maintains cultural reproduction, making unfamiliar methods appear illogical. Therefore, observing the transformation of knowledge landscapes through translated Western geography is crucial for syntactic studies. This historical perspective of knowledge reveals and emphasizes points of change, suggesting a new perspective on the continuity of intellectual currents in acade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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