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보>의 신화 속에서 한 역사적 인물이 지니는 모호성
L'AMBIGUITE D'UN PERSONNAGE HISTORIQUE DANS LA MYTHOLOGIE DE SALAMM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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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보>의 신화 속에서 한 역사적 인물이 지니는 모호성 류 진 현 (서울대학교)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ꡔ살랑보ꡕ는 고대 카르타고에서 벌어진 용병의 난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견 역사소설로 분류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 이 소설은 이러한 일차적인 분류법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다양한 면모들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읽으면 읽을수록 그 본질을 쉽사리 파악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이 되고 있다. 이러한 난해함을 유발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와 신화가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역사와 신화의 상호간섭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인 용병 수장 마토의 모호성을 분석하여 소설 ꡔ살랑보ꡕ가 제기하는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인 마토라는 인물이 소설 서술의 와중에서 지니게 되는 모호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카르타고의 종교적 신화가 소설 전체의 구도를 결정짓는 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니트 여신의 대사제의 입을 통하여 구술되는 창조의 신화와 신들의 계보를 통하여 드러나는 특징인 대칭과 분화는 신화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접촉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여성적 원리와 남성적 원리가 우주를 양분하고 서로 교체되면서 순환하는 대칭의 원리는 이 소설의 신화적 서술의 특징적인 양상을 규정한다. 다른 한편으로 창조신화의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남성적 원리의 분화 양상은 전쟁이라는 갈등과 분열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마토라는 인물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두 개의 층위들을 연결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인물에게서 풍겨 나오는 모호함은 바로 이러한 특수한 위상에서 유래한다. 소설의 전개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원래 역사적 인물로 제시된 마토가 사실은 살랑보와 더불어 카르타고의 종교적 신화를 구성하는 양대 원리를 대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살랑보가 타니트라는 여신의 화신으로서 여성적 원리를 대변하고 있다면, 마토의 경우는 몰로크의 화신으로서 이원론적인 신화의 또 다른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마토의 이러한 신화적 의미는 몰로크 신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지속적으로 그에게 결부됨으로써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불과 피, 태양, 소와 사자 등의 상징들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이 인물이 시간의 흐름에 좌우되는 역사의 차원을 초월하는 신화적 대칭을 구현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소설 ꡔ살랑보ꡕ는 살랑보와 마토의 동시적인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은 이들이 카르타고의 종교적 신화의 양대 원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신들에게 바쳐지게끔 예정된 숙명적인 희생자들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스스로의 신화적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을 자발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대단히 수동적인 존재가 되게 하고 있으며,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은 일종의 신화적 세계로의 통과의례를 치르게 된다. 또한 마토를 사로잡고 있는 살랑보에 대한 집착, 그녀에게서 느끼는 까닭 모를 친근함, 그리고 그녀와 만나는 순간 갑자기 모든 기력을 상실하는 현상의 반복 등은 이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희생자로서의 운명을 공유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전장이 아닌 타니트 신전에서 마토가 맞이하는 죽음과 이에 이어진 살랑보의 의문의 죽음은 이들이 영원한 음양의 대칭이라는 종교적 신화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택된 희생자들이라는 관점에서만 설명이 가능하다. 역사와 신화가 뒤엉킴으로써 역사적 인물인 마토가 지니게 되는 다양한 면모들을 조명한 본 연구의 분석을 통하여 ꡔ살랑보ꡕ가 주는 교훈은 신화적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 무지로부터 앎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결국 죽음으로 나아가는 여정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