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과 구조주의
Hegel and Structuralism
김상환
초록
구조주의의 핵심에 있는 차이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든 질서, 단위, 규정, 종합 등은 어떤 동일성이나 실체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차이관계의 효과이자 선물이다. 데리다와 들뢰즈로 대변되는 현대 차이의 철학은 이런 구조주의적 차이의 계승이자 극복이다. 그러나 서양 철학사 안에서 구조주의에 앞서 차이를 종합과 분절화의 원리로 내세운 것은 헤겔이었다. 헤겔의 변증법적 차이, 특히 그의 본질 논리학에서 개진된 자기 관계적 차이는 구조주의적 차이의 존재론적 상관 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헤겔의 변증법적 차이는 구조주의적 차이를 매개로 과학성과 현대성을 입증할 수 있고, 구조주의적 차이는 변증법적 차이를 매개로 존재론적 깊이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주의적 차이는 구조의 열림과 닫힘을 설명하지 못하고, 이 점에서 변증법적 차이는 구조주의적 차이를 능가한다. 변증법적 차이는 구조주의적 차이와 같이 증여적인 차이나 자기 관계적 차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방성의 기원에 있는 수직적 차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구조주의 이후의 현대 차이의 철학은 이런 변증법적 차이에 의지하여 구조주의를 극복하되 변증법적 차이보다 과격한 지점에 도달한다. 그 과격성은 차이를 모든 종류의 목적론에서 벗어난 차이, 유기적 질서를 초과하는 비유기적 차이로 이해한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