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에서 언어의 위상변화와 ‘인문언어학’의 철학적 함의
The changing status of language in the history of philosophy and philosophical implications of ‘human linguistics’
정대성
초록
20세기 초에 진행된 ‘언어적 전회’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철학의 혁명”으로서 철학의 역사에서 사유의 패러다임적 변혁으로 평가받는다. 20세기 사유의 혁명은 언어가 인문현상의 핵심이고, 심지어 결정적 요소라는 것, 그리고 인문현상은 언어(적으)로 표현된다는 것 등을 현대철학과 인문학의 상식으로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현대철학은 ‘언어’철학, 현대인문학은 ‘언어’인문학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인간의 사유의 이런 혁명적 변화는 오늘날 언어학 자체의 변화도 요구하였다. 자연의 사물들을 지배하는 보편적 법칙을 찾고자 했던 자연과학의 방식처럼 전통의 언어학은 언어의 보편적 법칙을 찾고자 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사유의 혁명은 ‘언어는 사유와 동근원적’이라는 생각, 언어는 대상을 주체에게 전달하는 도구(instrument)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체현하는 매체(medium)라는 생각, 인문현상과 언어현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 등이 일반화 되면서, 언어학 역시 이런 주장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인문현상이 언어로 표현된다면 인문현상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언어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받게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것은 언어학이 법칙추구에 방해가 되는 비언어적 요소들(제스처, 표정, 억양, 이미지 등) 내지 법칙화에 어려움이 있는 언어현상들(서사 등)을 언어학의 영역에서 제외했던 계몽적, 실증주의적 언어학을 비판적으로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학이 인문현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 언어학은 ‘인문’언어학(human linguistics)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문언어학이 따르는 테제는 다음과 같다.: ‘이성과 언어는 동근원적이다.’ ‘모든 인문현상은 언어적이다.’ ‘세계는 언어구성물이다.’ ‘원시언어는 없다.’ 이 글은 인문언어학으로의 이행의 필연성을 철학의 관점에서 해명하고, 인문언어학이 기반하고 있는 테제들을 서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