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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지 않는 노동자의 초상 - 1980년대 노동문학론 소고

A Portrait of the Bodiless Worker - A Study of the Discourses of the 1980s South Korean Labor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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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기타인문학

초록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노동과 공적인 시간이 아닌, 비일상적인 일탈의 시간 경험이나 기억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근대문학이 근대의 이원성의 세계를 구조화하고 있다면, 노동문학은 노동이라는 대표적인 공적인 시간에서 ‘의미’의 회복을 촉구한다. 그런 점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서사는 근대적 이원성의 극복을 요구한 서사시적 충동을 지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한국의 노동문학(론)은 거기에 고유한 딜레마가 있음을 드러냈다. 그 딜레마란, 노동(자)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의미화, 정당화하기 위해 노동현장을 떠난, 노동하기를 멈춘 노동자를 불가피하게 그려야 하며, 또 불가피하게 그 내러티브는 노동으로의 복귀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리얼리즘을 기율로 삼은 노동문학론에서 제기된 ‘총체성’ 또는 ‘전위’의 시각에 대한 요청이 지닌 딜레마로 드러났다. 1989년 발표된 홍희담의 「깃발」의 노동자 형상과 그것을 둘러싼 비평,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행로를 둘러싼 담론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중후반 민주노조운동만이 아니라, 작중 시간으로는 미래인 1987년 노동자대투쟁까지 노동운동의 역사와 그것에 대한 급진적인 시각을 작품에 기입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의 총체성은 거기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광주항쟁’을 선진적 노동자의 역사순례의 시공이자 유훈으로 삼는 것을 통해 구현되었다. 한편, 1984년 『노동의 새벽』으로 찬사 받았던 그가 노동자전위조직의 전위로서 행한 언어적 문학적 역능에 기반한 선전활동은 노동현장과 자본-임노동의 모순을 뛰어넘어 분단과 통일운동, 광주항쟁 등을 포괄한 광범위한 것이었지만, 노동현실, 노동조직으로부터의 유리와 관념성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이 사례는 ‘노동자 시인’에서 더욱 중요하게 간주되는 신원이 ‘노동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자면, ‘노동자’라는 사회적 신원이나 기원이 그의 언어적 문학적 활동에 제한이나 구속을 부여하는 기제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노동문학은 그 고유한 딜레마 속에서 창출된 노동하지 않는 노동자의 초상을 궁극적으로는 억압함으로써 주체화 양식의 이름으로서의 프롤레타리아를 사회적 기원의 동일성으로 돌려버리는 한계를 노정하게 된다.

Abstract

This paper suggests that there was a dilemma in the labor literature that predominantly portrayed the higher, solemn objective of social revolution through the proletariat, as this could not be done without representing the hours that lie outside the temporal and spatial framework of the workplace, and how the mobility gained by abandoning the workplace should contribute to the social and historical signification of the working class. This representative method or intention of the labor literature that emerged from the interaction of Marxist revolution theory with the mass movements of the Korean working-class in the 1980s inevitably divided the portrayal of workers into a vision of a revolutionary vanguard and of the collective bodies of the working class. A worker needed be more than his or her self, and this epic collectiveness of the proletariat was not easy to accomplish. When re-reading the critical discourses of Hong Hee-dam's novel The Flag (「깃발」), whose protagonist is a female factory worker who protested against a massacre by the military and died in a province building in the Gwangju uprising of May 1980, or when considering the activities of Park No-hea, who transformed a worker into a poet and went on to became a revolutionary after the great labor struggle of 1987, it became strongly apparent that a portrait of the bodiless or non-working worker who speaks, reads, and writes about Marxist and revolutionary theories was repressed by the capital-state power, of course, and paradoxically under the name of the proletar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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