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초기시에 나타난 장소성 고찰
The contemplation of placeness in Park Jaesam’s early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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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시의 공간 의식에 대한 고찰은 시인의 내적 정념과 사유구조, 대상을 열린존재로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상학 토대의 인본주의 지리학에서 생활세계는 ‘장소’라는 공간 범주에서 탐색된다. 즉 인간이 기억하는 장소나 경관, 지리적 명칭 등 형식적 개념을 넘어 인간 실존과열린 존재의 인지적 사고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인이시적 피상물을 대상화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본 논의는 박재삼 초기시의 장소성을 중심으로 시적 주체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의 양태들과장소정체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박재삼에게 ‘장소성’이란 정신적 원형에 가닿아 있는 근원적 기억의 장소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삼 시에서는 각인된 추상공간이 체험공간으로 구체화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장소성이 탄생한다. 이는 ‘산’, ‘별’, ‘바다’, ‘섬’과 같은 자연물을 사유하는 동안 시간적 거리를 압축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과거의 기억과 죽음에관한 체험들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병치됨으로써 시적 정서의 이행과 통로, 공간에서의 기억의 틈 등이 유발된다. 때문에 박재삼이 인지하는 장소는 응축된 장소이며 화자로 하여금 장소애와 장소 내상을 동시에 확보시키는 일상의 범상한 틈이라 할 수 있다. 박재삼 시에서 다수 엿보이는 물 이미지에 대한 변주 또한 현상학적 측면에서 고찰이 가능하다. 물의 공간이 고정, 정지되어 있는 것인지 흐름과 근원적 상상력을 담보하는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다른 관념화가 구상되고 있다. 즉 물의 이동과 운동성을 통해 물 시적 화자는 ‘장소감의 문턱’을 만들고 그문턱에서 정념의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는 ‘중간의 호흡’을 발현시킨다. 판단을 유보하고 확정짓지 않음으로써 유보된 정념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서정시의 재래적 정체성을 재현시킨다. 공간의 개폐되는 양상을 통해 시적 화자가 품게 되는 슬픔의 깊이 또한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타자(친구)의 이별과 춘향(공동체)의 이별을 통해박재삼이 가공하는 슬픔의 편린들을 추적하였다. 이를 통해 박재삼 초기시가가진 슬픔의 육화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가 있다. 전자가 ‘타자’라는 수평적 관계에서의 공간 구성이라면 후자는 수직적 관계의 공간 구성이다. 때문에 개방과 폐쇄의 장소 양식들이 시편들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박재삼 초기시가 가지고 있는 공간 전략과 장소성 고찰을 통해 그간 박재삼 시의 현상학적 연구에 보다 깊은 이해를 더할 것이다.
Abstract
Instead of focusing on the characteristics of the individual poems of Park Jaesam, the research is tuned to the traditional and distinct quality of Korea’s modern poetry that converges to terms such as ‘han (deep sorrow)’ or ‘traditional lyricism.’ Even recent researches, including those on the imagery or the construction of the formal beauty, overlook the focus of post-war Korean society and the consciousness expressed by the place. As a result, there has been a lack of consideration of the place and space in which poetic emotions occur and of the poems’ consciousness that abundantly expresses the signs of Park’s existential life. The water imagery and its variations that are often present in Park’s poems can be thought of in the phenomenological aspect. The space of water is either fixed/static or guarantees flow and the fundamental imaginations. Each state leads to a different conceptualization. Hence, the persona creates ‘the threshold of the sense of place’ via the movement of water, and generates ‘the middle respiration’ which, from the threshold, crosses the both the interior and exterior of the pathos. The depth of sadness the persona holds through the opening and closing of the space forms itself into a different imagery. The imageries of parting from the other (friend) and that from Chunhyang (community) make a contrast which allows the shards of sadness to be traced. The pursuit, then, enables one to inspect the ways sadness takes bodily forms in Park’s early po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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