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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시인의 말년성(lateness)-1980년대 전봉건의 시를 중심으로-

The Lateness of Poets Who Defected from North Korea-Jeon Bong-Gun's Poetry Collections from the 198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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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기타인문학

초록

전봉건(1928~1988)은 1985년부터 타계 직전까지 3년간 총 59편의 「6ㆍ25」연작시를 발표한다. 이는 긴장과 공포의 감정이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초기 시의 전쟁체험의 형상화 방식과는 편차가 확연하다. 이전과 달리 전쟁 참상에 대한 묘사 장면이 증가했고 또한 월남한 지 30년이 된 시점을 부각시키며 자기생애사에 대한 심적 이미지가 무매개적으로 전달된다. 더욱이 「6·25(30)」 이후 연작시에 반복되는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에서의 폭격 장면은 이전의 전쟁체험시에는 없던 것이다. 고향 또는 이북 마을에 대한 참상은 말년에 이르기 전까지는 상징적, 은유적으로 차마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요컨대, 분단의식에 대한 담론장이 마련되는 시점에 그의 자전적 이미지는 ‘실향 30년’(󰡔북의 고향󰡕)과 ‘이산가족찾기’(󰡔돌󰡕)를 주제로 삼아 이전과 달라진 시 세계를 보인다. 전봉건 시문학의 핵심인 전쟁의 죽음과 공포는 초기에 에로스적, 환상적인 분위기와 상상력을 통해 승화된 이미지로 드러나지만, 말년에는 비재현적인 상태로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그 의미 부여에 천착한 탈승화된 표현으로 부각된다. 이 글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성의 개념에 착안하여 그 ‘늦음/말년성’에 해당하는 전봉건 문학의 특징을 살핀 것이다. 전봉건의 경우 참전 트라우마의 문학적 양식(style)이 특정 시대의 분단, 통일 담론과 균열되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단계 구분을 통해 그 변화를 일반화할 수 없다. 이북 출신을 강조하는 전봉건의 자기 서사는 등단한 지 20년이 지나 뒤늦게 1970년대부터 월남 체험과 함께 적극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한국전쟁의 시적 형상화에 있어 그 무게 중심이 ‘총상 입은 신체’에서 ‘폭격 당한 고향’으로 바뀌면서 이른바 “카메라의 눈”으로 재현된 시적 자아가 실은 전쟁 피해자 아닌 가해자임을 암시한 「6ㆍ25」 연작은 전봉건 시의 말년성을 보여주는 텍스트라 할 만하다. 어쩌면 유고작 「6ㆍ25」은 전쟁시가 아닌 그러한 고향 시편에 포함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그에게 고향이라는 시적 모티프는 단순히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어떤 특정 순간에 불현듯 되살아나는 트라우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시집에서 실향과 전쟁 체험이 마치 ‘동일한’ 기억인 것처럼 형상화되었고 그때마다 이전의 전봉건의 시적 경향과는 다르게 승화되지 못한 이미지가 가득했다. 하나의 시적 상황이 특정 장면과 서술어가 지나치게 반복되는 반시적 양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전혀 달라지는 전봉건의 시세계에서도 「6ㆍ25」는 결정적인 텍스트이다. 남북교류가 정책화되고 통일론과 분단문학론이 급부상하던 시기에 월남 시인의 북상 참전의 트라우마, 혹은 트라우마적 기억 이미지는 냉전 세계와의 ‘회복할 수 없음’, 불화와 파국을 드러내는 전봉건 문학의 말년성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e death and horror of war, which is at the core of Jeon Bong-Gun's poetics, is initially presented as a sublimated image through erotic and fantastical moods and imagination, but in his later years, it emerges as a de-sublimated representation that is explicitly expressed in a non-representational state and is attached to its meaning. This discontinuous flow of experience and representation of the Korean War can be read as Jeon Bong-Gun's lateness. Jeon Bong-Gun's poetic tendency toward self-description and self-stylization observed in the 1970s and 1980s is a change in lateness that abandons the optimistic image of “emotional purification” that he has constructed for himself and immerses himself in faithful testimony to experience. This article draws on Edward W. Said's concept of lateness and examines the features of Jeon Bong-Gun's literature that correspond to that ‘late/lateness’. In his case, the literary style of war trauma changed in a way that ruptured the discourse of division and reunification of a particular era, so the change cannot be generalized through the usual division of stages. Therefore, examining the features of lateness, which is described as ‘intransigence, difficulty, and unresolved contradictions’ in experience, oblivion/memory, and inner conflict over poetic expression, is to look at a type of poets who defected from North Korea or Cold War poets in the history of Korean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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