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록에 나타난 幻術認識의 변화와 박지원의 「幻戱記」
The Transition of Concepts on Illusion in Yeonhaengrok and Park Ji-won's "Hwanhee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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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동아시아 문화교류란 측면에서 연행록에 담긴 환술기록의 흐름을 점검하고, 그 흐름 속에서 가장 뛰어난 환술기록인 박지원의 「환희기」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조선사회는 환술이란 연희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하에서 지식인들의 환술에 대한 인식 역시 부정 일변도였다. 16세기 許篈이 환술을 관람하고 “傅奕에게 부끄러움이 많았다 有愧於傅奕多矣”라고 말했던 것은, 환술을 이단인 불교와 동격으로 생각했던 사회적 통념이 바탕이 되었다. 결국, 이단의 邪術이 사람을 홀리는 幻影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한편으로 환술을 피상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행기록들은 오로지 공연자의 속임수라는 측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눈속임의 기술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의문에 그치는 다수의 기록들이 이를 반영한다. 이런 흐름은 환술 공연에 대한 견문이 쌓여감에 따라 조금씩 질적 변화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환술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환술에 대한 상대적으로 진전된 관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진전은 한편으로 환술을 진지한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논의하는 단계로 나가게 된다. 眞과 幻이란 대립항으로 幻影 형성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따져본 權復仁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진지한 사유의 또 다른 한편에선 기존 통념의 극단화가 이루어진다. ‘환술=불교’란 통념을 ‘西學=환술’이란 새로운 인식으로 변화시킨 姜在應의 예가 그러하다. 그는 幻影의 형성원리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환술 일체를 서학의 惑世誣民 방식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양의 ‘과학기술=환술’이라는 독특한 퇴행적 사고가 등장하게 된다. 박지원의 「환희기」는 이러한 지적 풍토에 일대 문제를 제기한 색다른 방식의 환술기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환술이 만들어내는 환영의 조건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속이는 자의 문제가 아니라 속는 자의 문제라는 인식론적 전환에 있다. 이는 환술을 단순히 공연자의 속임수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본 전대의 시각과는 다른 문제제기이다. 幻影 형성의 조건을 보편적인 인식영역으로 끌어들여 사유했다는 점에서, 환술에 대한 가장 진전된 접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박지원 역시 眞과 幻을 기준으로 眞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幻戱記序」의 논의들이 이점을 뒷받침한다. 이런 박지원의 사고에 일정한 충격을 준 것이 趙光連의 환술논의였다고 볼 수 있다. 趙光連은 현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幻과 다름없음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幻戱記後識」에 이를 수용함으로써, 환술논의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우연한 만남이 문화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 높은 환술논의를 낳은 것이다. 그 가치는 무엇보다도 환술의 문제를 인식론ㆍ존재론적 명제로 환치시켜 논의한 데서 찾을 수 있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examine the significance of Park Ji-won's "Hwanhuigi" within the traditional accounts of illusions and magic tricks that appear in Yeonhaengrok, literally, Beijing travelogues. Park Ji-won's "Hwanhuigi" is considered as the best among its kind. Chosun society had a negative conception of illusions in general. This trend translated to intellectual's perception of illusions as well. In sixteenth century, Heo Bong expressed the feeling of shame after watching a magic show, as if he had violated the principles of Fu Yi(傅奕) who was strongly against Buddhism. This can be said to have derived from the social conventions that identified magic illusions with Buddhism which were considered heretical in Chosun. In other words, illusions were considered as the product of unjustifiable tricks by heretics. Such negative perception, in turn, hindered people from reaching a concrete understanding of illusions, thus, making people treat them as a mere abstract object. Hence, most Yeonhaengrok that dealt with illusions focused on the performer's tricks and usually ended with the sense of mystery and confusion that they could not understand the techniques with which the performers deceived the audience. Such perception underwent some transformations as people had more chances to experience magic tricks and illusions. This does not mean that the negative perception has been fundamentally removed, but people started to treat illusions as an object of more serious thinking and discussion. Gwon Bok-in who sought the source of illusion-making in terms of the dichotomy between truth and falsehood is a case in point. However, extreme cases of reinforcing the social conventions also existed along with this trend. Gang Jae-eung who merely replaced the equation of Buddhism and illusion with that of Western Studies and illusion is a typical example of these cases. He did not pay attention to the forming principle by which the illusions are created, but dismissed them altogether as deceptive means of the Western Studies. Within this context, a peculiar degenerative idea of identifying Western science and technology with illusions emerged. Park Ji-won's "Hwanhuigi" was a very unique piece of writing that raised an entirely different question in this intellectual climate of Chosun. Instead of questioning the performer as the conventional writers and intellectuals did, he problematized the audience who were being cheated. This could be marked as an epistemological change to the perception of illusions in that Park thought of illusions and their forming principles in terms of universal perception. However, this does not mean that he went beyond the dichotomy between the truth and the falsehood. Zhao Guanglian's discussion of illusions brought on certain impact to Park Ji-won's such thinking. Zhao argued that things which constructed reality are no different from illusions. This chance encounter gave rise to a high-level discussion of illusions that is unprecedented in Chosun's cultural history as Park adopted this idea in his "Epilogue to the Hwanhuigi" Its significance lies in displacing the question of illusions with the epistemological and ontological the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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