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의 후기 시 다시읽기―‘죄의식’의 정동과 심리적 구조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ense of guilty in Kim Jong-Sam's later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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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김종삼의 후기 시에 두드러지는 죄의식의 정동은 주체의 자기정립 과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본고는 텍스트에 내재된 가족 로망스적 상상과 세대적 무의식을 분석함으로써 김종삼 시에 나타나는 정체성 표상의 시대적 의미를 살핀다. 무능한 아버지의 상징인 ‘장님 아비’는 주체가 스스로를 아버지로서 (무)의식할 때의 자기표상에 속한다. 그러나 김종삼의 시적 주체는 이를 용인하고 수락하지 않는 자기모순 속에 있다. 이러한 모순의 심화는 ‘아버지의-이름’의 폐제를 시 전체에 걸쳐 구조화한다. ‘성년-남성’이 부재하는 세계, 모성적 예수와의 동일시, ‘예술가-공동체’라는 환상의 구축은 부권적 은유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폐제된 것의 자리를 채우는 상징적 보충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前)-외디푸스적 관계로의 퇴행은 죄의식의 심화를 해결하지 못하며, 후기로 갈수록 자기파괴적인 징벌 욕구와 강렬한 죽음충동이 시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본고는 이러한 심리 구조가 ‘장님 아비’가 아닌, 그것의 역상(逆像)인 새로운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이 싹튼 데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김종삼 시의 죄의식은 아버지-되기의 욕망이 작동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신호라 할 수 있다. 이 신호에 의해 주체는 새로운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포기하지만, 욕망의 포기는 죄의식을 오히려 강화한다. 김종삼에게서 아버지-되기의 욕망은 철저히 억압된다. 새로운 아버지-되기란 현존하는 아버지도, 부도덕한 상징적 아버지도 아닌, 그들 모두를 몰아내는 원초적 아버지가 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에 대해 초자아의 판결은 훨씬 가혹해진다. 자아는 혹독한 처벌을 받아야하며, 자기의 죽음을 징벌의 형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죄의식은 죽음충동으로 점차 심화된다. 후기로 갈수록 김종삼은 자신을 죽음을 원하는 자로 정체화한다. 이러한 주체에게 삶은 스스로를 벌하는 충동과 바닥모를 죄의식의 심연이 한묶음으로 주어지는 것과 같다. 삶이란 쾌락을 택하면 죽음을 원하는 자기파괴가 뒤따르고, 그러한 고통을 덜고자 죽음의 쾌락을 택하면 삶의 상실이라는 괴로움이 잇따르는 것은 주이상스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후기에 이르러 김종삼의 시적 주체는 주이상스의 주체로 현현한다. 한국시에 이러한 주체의 형상이 드물다는 것은 김종삼의 시를 고유한 것으로 만든다. 죽음을 수용하는 한에서만 주체는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의 주체-되기가 포기되는 상황은 한 개인의 욕망과 심성, 무의식의 체계와 마음의 구조, 삶의 태도에 대한 문화적 억압의 정도를 시사한다. 욕망의 추구가 자유의 문제와 직결되는 한, 욕망을 포기한 죄의식의 주체는 그가 속한 세계의 ‘자유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그런 점에서 김종삼의 후기 시는 욕망의 추구를 구속하고 그것의 포기를 강제하는 현실이, 그 같은 사회적 억압과 불합리성이 전후 한국적 모더니티가 구축해온 역사의 ‘이면’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Abstract
The sense of guilty in Kim Jong-Sam’s later poetry is closely connected with reestablishing the subject. This paper aims to consider the historical meanings of self-representation in Kim's poetry by analyzing generational unconscious and family romance within its. For example, Kim's poetic subject identifies himself ‘a blind father’ as a symbol of incompetent father. ‘A blind father’ is the only self-image as a existent father in Kim’s poetry. But ironically, he wants none of it. He cannot help contradicting himself. Owing to this self-contradiction, the foreclosure of the Name-of-the-Father is caused and structured throughout Kim's poetry. For this lack of the Name-of-the-Father, the suppletions that is a substitute or a stand-in for what is missing at the level of symbolic is attempted. A world without adult men, the imaginary identification with maternal Jesus, and a fantasy of artist-community are some various forms of symbolic suppletion. But as time passes, the sense of guilty is much more stronger, and need for self-punishment and death drive are dominant over all the others in his poetry. This paper explains that the complex psychology of him originates from the unconscious desires of becoming-father. His feeling of guilt is a unconscious sign that he desires to become ‘a new father’. But the desire of becoming-father is thoroughly suppressed in Kim’s. To become ‘a new father’ may be to a primal father, neither a existent incompetent father nor a symbolic father, called the Name-of-the-Father. But a primal father is also a obscene father, according to Freud. For this reason, Kim’s poetic subject relinquishs his desire, but rather it deepens his sense of guilty. But, by reason of nursing this desire, the superego sentences the ego to a severe punishment, and the ego must die to expiate his own crime. This is why Kim’s feeling of guilt turns is gradually converted into death drive. In later poetry, Kim’s subject is identified with a man who wants his own death. To him, living a life is jouissance, a kind of deal in which pleasure and pain are presented as single packet. It means that the pleasure cannot be obtained without paying the price of suffering. In later poetry, Kim fails to become the subject of desire and his subjectivization is concluded in the subject of jou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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