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熊野觀心十界圖>의 도상과 연원에 관한 검토
Study of the Iconography of Kumano Painting on Contemplation of the Ten Realms and Its Ori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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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중세-근대 일본에서는 포교활동의 한 형태로 불화를 휴대하고 전국을 누비며 민중들을 대상으로 그림 속에 표현된 도상을 해석해주는 에도키(絵解き)가 유행하였다. 이 불화들은 특정 종파를 위한 선전이나 불교를 민중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시각자료였고, 본 논문의 주제인 <熊野觀心十界圖>도 이러한 회해(絵解)에 사용되었던 그림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무엇보다도 화면 중앙에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펼쳐진 의식장면과 화면 하단부에 수많은 도상들이 삽입되어 있는 구성에서 조선의 <감로도(甘露圖)>를 연상시켜 영향관계나 용도 등에 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림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 그림은 조선의 <감로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일본에 존재하던 ‘늙음의 언덕’ 도상과 12세기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원돈관심법계도円頓歓心十法界圖>와 같은 십계도(十界圖)의 구성을 토대로 거기에 <육도회(六道繪)>와 <시왕도(十王圖)>의 세부적인 도상 및 일본의 민간 신앙과 불교가 습합된 도상 등을 조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그림은 쿠마노비구니(熊野比丘尼)라 불리던 일종의 법사(法師)집단이 사용하던 그림으로, 주로 여성의 죄업을 설하며 여성들을 교화하는 것에 주력했다는 그들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도상들이 그림 속에 담겨있는 점 또한 흥미롭다. 즉 이 그림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일본 내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도상들을 중생 교화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재구성하여 제작한 불화의 한 형태인 것이다. 특히 이 그림에서는 십계 중에서도 지옥의 도상들을 그림의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이 그림이 제작되던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그림을 포교의 도구로 사용했던 쿠마노비구니들의 존재가 확인되는 16세기 중기는 일본 전역에서 전쟁이 반복되던 시기인 동시에 서민층에서도 가문의 형성과 존속이 중시되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과 사후세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옥관 또한 다양해져 새로운 도상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시대상을 <쿠마노관심십계도>에 나타난 지옥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에는 특히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도상들이 눈에 띄는데 자식 또는 후손의 존재유무에 따라 지옥으로부터의 구제 가능성이 달라짐을 보여주는 ‘불산녀지옥(不産女地獄)’과 ‘혈분지옥(血盆地獄)’의 공존은 이를 통해 가문의 존속을 위한 후손의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또한 이 그림에는 일본에 유입된 조선의 <감로도> 중 화면 중앙의 의식 도상이 차용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아귀의식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구제를 상징하고 염원했던 조선 <감로도>의 의식 장면은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목련구모(目連救母)설화로 변환되어 선조에 대한 공양의 중요성 또는 보은(報恩)을 강조한 도상으로 탈바꿈하여 수용된다. 이와 같이 <쿠마노관심십계도>는 한 장의 그림 안에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구조와 인간의 일생, 그리고 제작 당시에 새롭게 형성된 가치관에 따른 다양한 사후 세계의 모습과 추선공양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불화라고 할 수 있다.'
Abstract
In premodern Japan, it was popular among Buddhist monks and followers to carry Buddhist paintings and explain the iconography of those paintings to the general public. This practice, known as etoki (絵解き), was a means of propagation of Buddhism, and Buddhist paintings served as visual means to propagate a certain Buddhist sect or explain Buddhist doctrines. Kumano Painting on Contemplation of the Ten Realms (熊野觀心十界図, J. Kumano kanshin jikkai-zu), the subject of this paper, also serve these purposes. Kumano Painting on Contemplation of the Ten Realms features a scene of a ritual with the Amitabha Buddha triad and Buddhist monks in the middle and diverse other scenes in the lower portion of the painting. This composition resembles that of nectar ritual paintings, known as gamnodo (甘露圖), from Joseon and therefore arouses researchers’ curiosity about its use and possible influence from Joseon’s nectar ritual paintings. A close examination, however, revealed that the painting mainly consists of three themes borrowed from existing Buddhist paintings including “hill of aging” from Japan, “ten realms of being” from China which was introduced to Japan in the twelfth century through the painting titled, Endon Kansin Painting of the Ten Realms (円頓歓心十法界圖, J. Endon kansin jihokkai-zu), and “nectar ritual” from Korea. It also features elements of Buddhist paintings of “six realms of being” (六道絵, J. rokudou-e) and “ten kings” (十王圖, J. juuou-zu) as well as figures from Japanese folk religion, which reflects amalgamation of Buddhism and Japanese folk religion. Kumano Painting on Contemplation of the Ten Realms was used by a group of Buddhist nuns, known as kumano bikuni (熊野比丘尼), who tried to educate women devotees by preaching about their sins. The painting features diverse scenes related to their propagation activities, which indicates that the painting was produced to meet the needs for education of lay people and combined several iconographic elements of Buddhist paintings circulated in Japan at the time in order to effectively serve its pur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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