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란호연록>에 나타난 도덕적 감정으로서의 수치심
Shame as a Moral Emotion in Changranhoyeon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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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고전소설 감정 연구의 일환으로, <창란호연록>에 나타난 도덕 감정으로서의 수치심에 대한 논의이다. <창란호연록>의 한제는 이욕 추구에 몰두하며 은혜 입었던 친구 장두를 배반하는데, 그의 딸 한난희와 아들 한창영은 도덕적 삶을 지향하는 인물들로 한제가 배반한 장두의 아들인 장희, 딸인 장난희와 각각 혼인함으로써 부모로 인한 수치심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그런데 이 둘의 수치심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난희는 자신의 가문을 원수로 여기는 장희와 혼인하여 부친이 시가에 가한 악행에 대한 수치와 죄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그것은 한난희에게 한제에 대한 분노와 혐오 감정을 분출하는 장희로 인해 더 강화되며 심각한 우울과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한편 한창영은 장난희와 혼인한 뒤 부모가 장난희에게 가하는 악행을 직접 목격하면서도 방관자에 머물고,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그것이 외부에 알려져 가문의 수치가 될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女道를 함양한 장난희는 가혹한 수난을 당하고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 채 도리어 남편을 위로하며 고통을 감내한다. 이처럼 한제가 장부에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한난희와 한창영이 느끼는 수치심, 그리고 장희와 장난희가 각각의 처가와 시가인 한부에 대해 표출하는 감정 양태는 그들의 행위 맥락 자체보다 젠더 위계와 더 강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부끄러움은 도덕적 자아의 형성과 수양, 도덕 행위 실천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감정으로 여겨진바, 조선시대 도덕적 수치심은 유교 이념의 담지자였던 사대부 남성이 누구보다도 풍부히 갖추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감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의 차등적 질서는 감정에도 적용되어 신분, 나이, 젠더 등의 위계에 따라 다른 감정 규범이 마련되었고, 특히 수치심은 위계에 따라 더욱 차별적으로 적용되었다. 한창영과 같은 남성인물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勢辱에 몰입하여 도덕적 수양과 행위 실천으로 이어지는 도덕 감정으로서의 수치심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았고 그 몫은 여성들에게 전가되었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자인 장난희의 고통은 하찮게 취급되었고, 부모의 악덕과 가장 무관했던 한난희가 가문의 죄에 대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무겁게 짊어져 심각한 우울, 자괴감과 같은 병리적 증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Abstract
This study is part of a study of emotions in classical novels, focusing on the discussion of shame as a moral emotion in Changranhoyeonrok. In this novel, Han Je betrays his friend Jang Du for personal gain. However, his children, Han Nanhee and Han Changyoung, strive to lead moral lives. They marry Jang Du’s children, Jang Hee and Jang Nanhee, respectively, and experience shame caused by their parents. Han Nanhee, married to Jang Hee, viewed her family as an enemy and continually felt shame and guilt over her father’s wrongdoing against Jang Hee’s family. Jang Hee expressed anger and hatred towards his father-in-law, exacerbating Han Nanhee’s shame, leading to severe depression and self-loathing. In contrast, after marrying Jang Nanhee, Han Changyoung remains a bystander to his parents’ mistreatment of her, concerned more with the potential for family dishonor to become known outside than feeling guilty. Jang Nanhee endures suffering, comforts her husband, and holds no one accountable: The shame resulting from Han Je’s unethical actions manifests differently in Han Nanhee and Han Changyoung, and the reactions of Jang Hee and Jang Nanhee differ significantly. This variation is closely related to gender hierarchy rather than specific circumstances. In East Asia, shame has been regarded as an important emotion for the moral self, self-cultivation, and moral behavior. However, during the Joseon Dynasty, emotional norms were applied differently based on status, age, and gender, with shame being discriminately applied according to these hierarchies. Male characters like Han Changyoung were more absorbed in ‘shame in terms of one’s circumstances(勢辱),’ which is the awareness of others’ views, rather than experiencing moral shame. Consequently, women bore a greater burden of moral shame than men. The suffering of the victim, Jang Nanhee, was considered trivial, and Han Nanhee was tormented by severe depression and self-loathing because of shame and guilt over her family’s s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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