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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조사 ‘가’의 의미와 분포

The Meaning and Distribution of josa ‘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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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국어 조사 ‘가/이’(앞으로는 ‘가’)는 “구조격 조사”의 하나이며, 그 기능은 선행하는 명사가 주어(subject)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술되어 왔다. 예컨대 ‘철수가 책을 읽었다.’와 같은 문장에서, 명사 ‘철수’와 동사구 ‘책을 읽었(다)’는 서술(predication)이라는 문법적 관계 의미에 의해 조직된 통사적 구성(절clause)의 두 직접성분이며, 이에 따라 ‘철수’는 주어이고, ‘책을 읽었(다)’는서술어(predicate)라고 기술된다. ‘철수’를 바로 후행하는 조사 ‘가’는 ‘철수’의 이러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철수가책이 읽었다.’가 비문법적인 이유는 주격 조사 ‘가’가 목적어의 문법적 기능을수행하는 명사에 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논저에서 ‘가’-“주격조사론”의 타당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여러 대안적 제안들이 생산되고 있다. ‘가’-주격조사론의 타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현상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언급된 점은, 아래의 예문에서 보듯, ‘가’의 출현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 a. 김치-{가/ø1)} 맛있네. b. 김치-{는/도/만} 맛있네. c. 김치-*{가는/가도/가만} 맛있네. (1a)에서처럼, ‘가’는, 적절한 운율로 발음된다면,2) 수의적으로 출현할 수 있어보인다. ‘가’가 출현한 문장이나 ‘가’가 부재한 문장 둘 다 동일한 사태를 지시하고, 둘 다 동일한 서술 관계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소위 “보조사”가 출현한 (1b)에는 (1a)와 동일한 통사적 구조임에도 주격조사가 부재할 뿐아니라, 오히려 주격조사가 사용되면 부적격한 문장이 되고 만다(1c). 인구어(印 歐語)의 경우, 주어 명사는 반드시 주격을 할당받아 항상 어미(ending)로 표현되기 때문에(어간 홀로 출현하는 경우가 없다!), 인구어 굴절(inflection) 현상을 모델로 한국어 조사를 기술하는 문법이라면 한국어의 주격 조사 ‘가’의 이러한 출몰(出沒) 행태에 대해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가’-주격조사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출몰 현상을 교착어적인 특성으로 보고, ‘가’의 부재를생략(ellipsis)으로 설명한다(남기심⋅고영근 1985/2011, 권재일 1989 등 대다수 논저). 또한 문맥에서 주어임이 확실한 경우에는(특히, 대화체의 담화 상황에서는) ‘가’가 생략되기 쉬운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특히, “문어체” 담화 상황에서는) 생략되기 어렵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주격조사 대신에 소위 “보조사”라 지칭된 ‘는, 도, 조차’ 등이 나타나는 경우(위 1b)에는 주격조사가 “속에 숨어있다” 고 기술하기도(남기심⋅고영근 1985/2011: 246) 한다.3) 그런데, ‘가’-주격조사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가’의 출현으로 인해 주어가“특별히 지정하여 강조”되는(남기심⋅고영근 1985/2011, 성기철 2006 등) 효과가있다고 하거나, “초점”(이익섭⋅임홍빈 1984: 135 이하)의 부차적 의미가 있다고지적하고 있기는 하다(또한 신창순 1975, 남기심 1991/1996, 선우용 1994 등도참고). 또한 이러한 ‘가’가 가지는 “준어휘적” 의미로 인해, ‘가’가 생략된 모든 문장에서 ‘가’를 복원시키는 것이 늘 가능한 것은 아니고(임홍빈 2007 등), 역으로 ‘가’가 출현한 문장에서 ‘가’를 제거하면 문장의 의미가 변질되거나 해당 담화에서 부적절한 문장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목정수 2003 등) 한다. 한편, 최근에 고석주 (2001, 2002)는 ‘가’가 “주어에 집중되어 쓰이”고(2002: 각주 24) 있으나 격조사는 아니며, 오히려 “‘발화 맥락에서 예상될 수 있는 개체들 중의하나를 선택 지정’하는 ‘양태 조사’로 분석”(고석주 2002: 243)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상에서 논의한 ‘가’의 비(非)-필수적 출현과 비-구조격적 의미의 존재는 기존의 논의에서 충분히 확인된 사실이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비-필수성을어떻게 이해하고, 비-구조격적 의미를 어떠한 개념으로 기술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필자는 기왕의 논의(최성호 2013a)에서 ‘비-필수성’ 문제를 한국어 “문법적 요소”의 교착성(膠着性)과 연계해서 이해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어 조사는, 인구어의 어미처럼 문법에 의해 그 출현이 강제된 필수적 성분이 아니라, 문맥적 동인이나 화자의 소통적 필요에 의해 출현하는 “선택적” 성분이다. 이러한 이해는 위 (1a)의 ‘가’-부재 문장이 문법 구조적으로 출현해야 할 ‘가’가 어떤이유로 생략된 또는 비-실현된(이남순 1998, 박유현 2006 등) 문장이라고 보는견해와 분명히 차별화된다. ‘가’ 부재는 생략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가’가 표현되지 않은 것이다(남기심 1991/1996). 형태론적 요소로서의 인구어 굴절 어미와달리, 한국어 조사가 통사적 성분으로서의 지위(우순조 1997, 임홍빈 1997)를 갖는다는 사실은 한국어 조사의 이러한 교착성에 기인한다고 필자는 이해한다(최성호 2013a). 본고는 ‘비-구조격적 의미’ 문제와 관련해서 다음 두 가지 점을 논의한다. 첫째, 조사 ‘가’의 의미를 어떻게 특성화할 것인지의 문제와 둘째, 만약 ‘가’가 구조격 조사가 아니라면,4) ‘가’의 분포 제약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첫 번째 경우, 필자는 ‘가’가 문장 차원 혹은 담화 차원의 맥락에서 필요시 첨가되는, 의미적으로 충만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가’의 의미 특성화 작업은 ‘가’-부재문과 그에 대응하는 ‘가’-출현문 사이의 의미를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논의를진행한다.5) 두 번째 문제에 대한 논의는 ‘가’가 모든 유형의 명사구에 자유롭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본고는 ‘가’의 분포 제약은 해당명사구의 문법적 기능/관계가 아니라 사건 구성 요소의 의미적 특성에 의해 포착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Abstract

This paper describes the meaning and distribution of the Korean nominal formative ‘ga(가)’, and claims that it has the meaning of highlighting the entity denoted by the preceding noun phrase and that it is distributed to noun phrases with the semantic role of “the entity responsible for the act or state” or to noun phrases that substantiate the state or the act taking place spontaneously. This claim contradicts the traditional view that ‘ga’ is a structural case marker that indicates the NP's subjecthood, and supports the view that Korean sentences are not structured in terms of the relation of predication, i.e. the syntactic relation of ‘subejct-predicate’ is not viable for the Korean grammar. The another main point to be made in this paper is that presence or absence of ‘ga’ is sensitive to the information structure of the sentence; when the responsible actor is focused, then ‘ga’ is obligatorily used for the purpose of embossing the actor. If it is not focused, then ‘ga’ is optional; when the responsible actor functions as the topic of a sentence, then it does not appear, but it does appear when it gets prominence as part of the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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