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위난에 관한 형사법적 고찰
A Study on the Self-Incurred Necessity in Criminal law
김영중
초록
우리 형법은 독일 형법과 달리 자초위난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 자초위난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주장되어 왔다. 이 학설들을 보면 자초위난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위난의 유발에 의도나 고의ㆍ과실이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견해가 나뉘어져 있다. 우리 형법 제22조는 위난의 원인에 대해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고의범, 과실범을 불문하고 상당한 이유의 해석을 통해 자초위난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의 존재는 자초위난의 긴급피난의 적용을 제한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자초성의 고려는 주로 이익형량에서 나타나지만 보충성의 원칙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즉 처음부터 긴급피난으로 처벌받지 않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긴급피난상황을 야기한 사람은 비록 본질적으로 우월한 이익을 지키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 긴급피난 상황을 예견할 수 있었던 때에는 경우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견할 수 있었지만 피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긴급피난이 성립할 수 있지만, 피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서 긴급피난이 될 수 없다. 형법 제22조 제2항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책임을 조각시킬 만한 긴급피난행위라 할지라도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있는 자’는 사회질서와 공동체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을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조각적 긴급피난을 배제하려는 규정이다. 비록 면책적 긴급피난에 관한 규정이라고 하더라도 이 규정이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긴급피난에 있어서 상당한 이유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 이 규정을 자초위난 행위자에게도 적용한다면 자초위난 행위자는 책임조각적 긴급피난은 할 수 없지만, 보다 우월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피난행위를 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고의ㆍ과실 등 유책사유는 이익형량의 기준으로 판단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