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초기불교의 존재 이해
Die Vorstellung und das bedingte Entstehen: Das Seinsverst?ndnis bei Schopenhauer und im Fr?h-Buddhis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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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쇼펜하우어와 불교사상의 유사성은 몇 가지 점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될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은 칸트가 지칭하였던 현상 세계 자체를 작동시키는 근본 원리로서 기능하고 있다. 불교에서의 연기법 역시 존재의 생성소멸 등 세계 과정 일반에 대한 규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은 시간, 공간, 인과성과 같은 상상 가능한 모든 경험의 형식을 보편적으로 표현한 선천적 형식이다. 쇼펜하우어가 표방한 대로 그의 철학의 목표가 세계의 시원을 규명하는 데 있지 않고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한다면, 충족이유율이야말로 세계를 우리들에게 드러내는 선천적 형식인 것이다. 불교에서의 연기법 역시 이미 주어져 있는 진리이다.객관적인 세계 전체는 주관에 의하여 제약받고 있으며, 바로 그런 사실에서 세계는 선험적 관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허위나 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것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나타난 표상이다. 물자체로서의 의지가 표상의 존재론적 근거인 것처럼 제일의제는 세속제의 존재 근거로 기능하고 있다. 표상존재론과 연기존재론의 공통적인 근거 지평은 주객, 자타의 미분적 통일성에 있다. 표상에 의하지 않고서는 의지의 객관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세속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제일의제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계는 나의 표상이고 연기는 공(空)이라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지와 표상은 동일한 것이고 세속제와 제일의제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세속제가 없으면 제일의제도 없다. 그 한쪽을 제거하면 세계는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쇼펜하우어의 ‘고유한 사상’이 체계를 드러내고, 연기법으로 드러난 법계가 연출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