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근세철학 바로 읽기
Re-reading of the Western Modern 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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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모든 철학사 책에서 다 그러하듯이, 우리는 서양 근세철학을 합리론과 경험론으로 나누어 배우고 가르친다. 이렇게 나누는 것에 대하여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미 철학전통에서나 대륙 철학전통에서 기본 전제가 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하에서는 로크, 버클리 그리고 흄의 전기(前期)철학에 이르는 근세 영국경험론을 일관되게 이해하고 가르치기가 매우 난처하고 곤혹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경험은 어떤 대상을 경험하는 것이므로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경험대상을 말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근세의 경험론자들은 한결같이 경험대상은 말할 수 없고 오로지 주관 속에 있는 심상이나 관념 혹은 인상만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주관 속의 심상이나 관념만을 직접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있다면,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험론이 아니라, 칸트가 그렇게 불렀듯이, 관념론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영국경험론에서 경험이 이처럼 이상한 경험이 된 까닭은, 합리론은 물론 영국경험론도 데카르트가 쳐 놓은 기본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틀은 근대자연과학의 발생과 관련하여 데카르트가 감각현상세계를 주관적인 것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고․중세 시대는 감각현상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객관주의 철학인 반면에 근세 이후의 철학은 감각현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주관주의 철학이다. 여기서 객관주의란 감각대상인 현상계가 우리 밖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입장이요, 주관주의란 감각현상을 주관 내의 심적 사건으로 본다는 입장을 말한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감각을 주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감각을 정신의 내부 사건으로 본다는 이야기요, 정신의 본질이 사유이므로 감각을 일종의 사유로 본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정신은 사유이기에, 감각뿐만 아니라 의지나 느낌도 일종의 사유요, 사유의 양태이다. 감각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감각이 아니라 사유의 일종이라는 데카르트의 기본 견해는 경험론의 창시자인 로크의 철학에서도 부지불식간에 크게 영향을 주고, 이러한 영향은 로크를 통해 버클리의 관념론과 흄의 전기철학에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데카르트철학의 주관주의는 실질적으로 유럽 전역에 걸쳐 17세기와 18세기 전반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8세기 중반 흄의 후기철학과 칸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주관적 관념론의 틀을 벗어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경험론 즉 감각적 경험에 대한 객관주의적 해석이 비로소 등장하고, 감각이 비로소 주관 속의 사건이 아닌 대상의 감각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근세철학 특히 영국 경험론의 이상한 전개과정을 <감각을 사유의 양태>로 보는 데카르트의 기본생각을 길잡이로 하여 간단명료하게 풀어보려는 것이 이글의 내용이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change of the meaning of 'appearance' and reality, the change of role of sense and reason according to the modern scientific revolution, and the notion of the sense and the mode of the thought described by Descartes. We see the there-being of the outer things through the sense of sight. But according to Descartes who founded the rationalism by virtue of the philosophical interpretation of the modern science of matter, the sense is not the sensation of the outer things but the mode of thought of the mind. Therefore we can not see the there-being of the outer things but only the image, impression, or idea of the things through the sense. Also we can not see the there-being of the outer things through the reason. After all we have not the means of knowing the there-being of the outer things. This Cartesian conception of the sense is continued through J. Locke who founded the empiricism until the first half philosophy of D. Hume. And this situation of modern philosophy is called 'the scandal of philosophy' by I. Kant.
참고문헌 (7)
- 스털링 P.램프레히트, "서양 철학사" (1994), 을유문화사
- 칸트, "순수 이성 비판" (1969), 동아출판사
- R. Descartes, "Discourse on the Method" (1984), Cambridge uni
- R. Descartes, "Principles of Philosophy" (1984), Cambridge uni
- D. Hume, "A Treatise of Human Nature" (1941), Oxford Uni
- J. Locke,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975), Oxford Uni
- J.H.Randall, "Making of the Modern Mind" (1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