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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와 계몽의 역설 - 한용운 시의 현재성

Paradox of The Sublime and Enlightenment - Presence of Han Yong-Woon's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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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분류한국어와문학

초록

이 글은 한용운의 『님의沈黙』에 나타난 숭고의 특징을 통해 숭고와 계몽의 관계를 고찰하기 위한 것이다. 『님의 침묵』에서 숭고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내용적 측면으로, 한용운 시의 핵심인 ‘님’은 몰형식적이고 무한성을 띤 숭고한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와 더불어 ‘님’에 대한 시적 화자의 사랑 역시 숭고한 것으로 표현된다. 그 사랑은 세속의 사랑과 달리 신성하고 고귀하다. 특히 숭고한 사랑은 대상의 숭고가 아니라 주체의 숭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양상이다. 둘째는 형식적 측면으로서, 한용운의 시에서 숭고한 대상이 모두 숭고의 부정적 재현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숭고가 “재현 불가능한 것의 재현”이라는 정의에 합당하다. 그런데, 한용운 시에 ‘님’과 ‘사랑’이 숭고한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이에 대한 해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숭고란 그 본성상 설명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님’에 대한 다양한 해명은 새로운 존재론적 이해를 요청한다. 역사적으로 숭고 담론은, 외부 자연의 힘에 맞선 인간의 저항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근대적 계몽의 기획으로 소환되었다. 그러나 숭고는, 거꾸로 계몽의 열정 그 자체를 인식 불가능하고 파악 불가능한 대상으로 옮겨놓음으로써 본래의 의도를 스스로 위반한다. 이 점에서 한용운의 시도 마찬가지이다. 숭고한 대상은 ‘님’이 떠난 시대에 그를 상상적으로 귀환시켜 중생을 계도하기 위한 계몽 의지의 산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숭고와 계몽의 역설은 오히려 계몽의 열정까지도 숭고한 대상에 내속시킴으로써 애초의 의도를 넘어선다. 그것은 독특한 사랑의 방식을 통해 가능하다. 한용운의 시에서 숭고한 사랑은 대상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과 이별함으로써 대상의 존재를 취하고, 사랑의 노래로 ‘님’의 침묵을 지키는 역설적인 방식이다. 이와 같은 사랑의 방식은 상대를 계몽시켜 내 것으로 전유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결여, 흠, 어리석음, 허물을 모두 인정하고 껴안는 것이다. 그것이 님의 부재를 견디면서 주체를 자유롭게 하는 길이다. 숭고한 대상을 지닌 주체는 완전히 계몽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안에 깃든 자연이요 이 세계에 숨은 비문자의 영역인 까닭이다.

Abstract

This paper is to stud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lime and enlightenment through the characteristics of the sublime in Nim’s Silence, Han Yong-Woon's poetry. In Nim’s Silence, the sublime is mainly shown in two aspects. First, 'Nim', which is the core of Han Yong-Woon's poetry, is pictured as a sublime object that is both endless and formless. Poetic speaker’s love toward ‘Nim’ is also pictured as a sublime object. This love is holy and exalted unlike the love of the mundane world. Secondly, the sublime object in Han Yong-woon's poetry is all expressed through negative representations. And yet the fact that the 'Nim' and 'love' in Han Yong-Woon's poetry are pictured as sublime object signifies that it is impossible to explain them. This is because the sublime, by its original nature, is unexplainable. Thus, the many interpretations of 'Nim' so far call for a new ontological understanding. In history, the argument on the sublime has always been recalled as a modern plan of enlightenment to enhance the human ability to resist the nature's powers. However the sublime conversely violates its original intention by changing the passion of enlightenment to a subject that is both impossible to recognize and comprehend. This is also the case of Han Yong-Woon's poetry. The sublime object may be the result of the enlightenment will to guide the mankind by imaginary returning 'Nim' at a time when he was gone. But the emphasis on the sublime and enlightenment on the contrary includes the passion of enlightenment in the noble subject and therefore overdoes the original intention. This is possible through a unique way of love. In Han Yong-Woon's poetry, the sublime love does not take its lover(Nim). Rather, it takes the absence of lover, in a paradoxical way of keeping the Nim’s silence with a love song. This way of love acknowledges and accepts the lover's flaws, deficiencies, follies and faults instead of enlightening the other and possessing him/her exclusively. This is the way to free the subject from Nim’s absence. The subject in possession of a sublime object can never be completely enlightened. This is because the nature is within us and it is the territory of non-literary hidden in thi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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