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실재의 교차 - 시의 정체성에 관한 두 가지 질문
The crossing of fantasy and existence - Two questions about the nature of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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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슬라보예 지젝은 우리가 겪고 있는 실재와 가상의 도착 상태에 관해 상기시킨다. 즉 실재는 바로 실재적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외상(外傷)적이고 과도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 실재를 현실 안으로 통합해 낼 수 없고 그래서 그 실재를 어떤 악몽의 출현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젝에 의하면 우리는 실재와 환상의 도착 내지 착란 상태에 빠져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가시적 현상 세계란 사실은 실재를 가린 환상의 외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젝의 지적대로라면 우리는 가상이라는 폐쇄된 회로 속에 갇혀서 실재를 보는 눈을 잃어버린 존재, 실재에 눈먼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실재란 우리의 눈을 가린 가상을 깨는 악몽과도 같은 힘의 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재란 무엇이며 가상 또는 환상이란 무엇인가. 환상이란 현존하는 세계, 즉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주체의 주관적이며 능동적인 해석이자 상상력이다. 환상은 현상(現狀)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상은 그 주체에게 있어서만큼은 현실을 압도하는 현실이며, 현실을 전도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다. 문학은 이런 의미에서의 환상을 그 질료로 한다. 환상은 한 주체의 내면에서 반사된 현상 세계의 변이이며 한 주체가 품고 있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가상도(假想圖), 가상적으로 구성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현상 세계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것이 욕망이자 이데올로기라면, 욕망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촉발된 특정의 한 창작 주체가 생산해 내는 문학 작품은 환상의 산물이다. 즉 문학 작품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동인(動因)은 환상이다. 문학 작품은 세계를 향한 욕망의 표출이자 그 작품엔 작가가 그리는 세계에 대한 지형도, 즉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가 환상의 산물이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며, 또한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자(文字)적 이미지라고 전제할 때 시는 단지 상상이며 공상이고 이미지화된 가상 또는 허구의 세계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왜곡이자 오인이자 은폐인 가상의 이미지를 가격하는 더 외상적이고 과도한 이미지가 있듯이, 그리고 그것이 실재의 강력한 증거가 되듯이, 시는 그 과도한 이미지의 발휘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가격하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한편 창작 주체의 관점이냐 수용 주체의 관점이냐에 따라서 시는 환상이 되기도 하고 실재가 되기도 한다. 창작 주체란 시를 직접 쓰는 주체이며, 수용 주체란 시를 읽고 감상하고 혹은 해석하는 주체로서 이는 곧 시인과 독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모두 시를 향유하는 자라는 결속과 공감으로 시의 양면 주체를 형성하고 있다. 즉, 시인이 표면 주체라면 독자는 이면 주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또는 시의 창작 주체에게 있어 시 창작 행위는 판타지 즉, 환상에로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환승이자 참여이다. 시는 세계를 재구성하거나 변혁하려는 열망, 세계 바깥의 또 다른 세계인 환상 혹은 가상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며 또 거기에 참여하고픈 시적 주체의 열정이다. 이때 환상은 창작 주체의 시적 모태이면서 세계를 향해 그의 언표를 드러내는 전략이 된다. 환상을 발원으로 한 창작 주체의 시적 전략은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시인이 환상의 벡터 쪽으로 향할 때 시인은 미학적 주체, 즉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주체가 된다. 반대로 시인이 실재 속에 굴절된 환상의 전략을 택할 때 시인은 반미학적 주체, 즉 현실 비판적이거나 사회 참여적이거나 일상적인 주체가 된다. 창작 주체가 환상과 실재 가운데 어느 쪽의 시적 전략을 취하든, 바꿔 말해 그가 미학적 주체이기를 지향하든 혹은 반미학적 주체의 길을 고수하든 간에, 수용 주체에게 작용하는 창작 주체의 힘은 실재의 힘이다. 그 작용력은 수용 주체 안에서 스스로 작용하는 힘이기도 하고, 창작 주체가 수용 주체에 대해 의도적으로 발휘하는 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모든 창작 주체는 창작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실재에 투사하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창작물 혹은 시가 하나의 강력한 실재이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박인환, 정현종, 정호승, 유하 등 각 연대별 전자의 시인들은 환상을 시의 질료로 삼으면서 시에 있어서의 미학적 주체를 구현했다. 이들 시인의 시는 삶의 낭만과 미적 가치, 존재의 원초적 생명력, 낙원 상실과 회복을 노래하면서 시의 본래적 특성인 서정성을 더욱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 미학적 주체의 낭만과 서정성은 특정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초월한 시적 성취와 감동을 이뤄 냈다. 이는 같은 시기 후자의 시인들인 김수영, 오규원, 최승호, 기형도가 반미학적 실재의 전략에 치중해 각 시대의 첨예한 현실 인식을 비판적이거나 모사(模寫)적이며 풍자적으로, 또는 정곡을 꿰뚫는 시각이나 그로테스크한 시각으로 쓴 시와는 그 영향 및 파장에 있어 변별력을 갖는다. 이들 후자의 시는 물리적 삶과 육체적 실존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시가 현실에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과 효용성을 얻고자 하며, 또한 그것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들 시는 당대에 가장 생생한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으며 그 리얼리티 자체가 이들 시의 문학적 가치와 존속력을 담보하게 된다. 시는 실재보다 더 실재다운 실재, 환상보다 더한 환상을 묘사하며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완벽한 현실을 가능하게 한다. 시는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꿈의 운반체로서의 소임을 다하지만, 그 소임을 통해 시가 의도하는 것 또한 불완전체인 현실을 가격할 수 있는 시적 실재로서의 힘이다. 시는 환상의 날줄로 짜는 실재, 실재의 씨줄로 짜는 환상인 것이다. 시는 가능하거나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환상, 또는 진실이거나 진실이 될 수 있는 실재로서 작용한다. 시는 환상을 버리지 않는 자들의 욕망과 이데올로기의 작동으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반면 시가 가진 실재로서의 힘이야말로 시라는 환상을 결코 무너뜨리거나 훼손하는 일 없이 언제까지나 생성하고 존속하게 하는 이유인 것이다. 시는 환상으로 구축되는 실재, 환상을 꿰뚫는 실재의 힘이라는 이적(異蹟)을 행하는 것을 통해 지금 여기 존재한다.
Abstract
Slavoj Zizek emphasizes on the perversion between existence and imagine. According to Zizeks account, we are the blind being for the existence. Based on this viewpoint, what is the substance of existence and what is the fantasy? This paper will be the solution related to such a problem. Fantasy is the desire to define the essence of world and himself. He asks a question,Che Vuoi. This question means “what is my desire?” or “what do others want for me?”According to L. P. Althusser who defines the notion of ideology, fantasy is the same concept as ideology. Ideology is everlasting concept like the unconsciousness that Freuds scientific discovery. By a viewpoint of Althusser, All the works of art is born with esthetic and ideological plan. On the other hand, existence is involved in exposure of distorted truth. Existence has an influence on changing real world from a false image to a truthful image. The poetry that has an aspiration for vivid power, therefore, aims to cure and solve the real world where we live. Poetry is not only fantasy but also existence. The ‘main agents of creation’ matches the former, the ‘main agents of acceptance’ matches the latter. In other words, the ‘main agents of creation’ means poets and the ‘main agents of acceptance’ means readers. Poetry desires to create new world and participate in it. On the other hand, the reader sees the truth through the wonderful fantasy. The ‘main agents of creation’ creates fantasy or existence. The former a lyric poet, the latter a critical poet. Park In-whan, Jung Heun-Jong, Jung Ho-Sung, Yu Ha, for example, belong to lyric poets. Kim Soo-Young, Oh Ku-Won, Choi Sung-Ho, Kee Hung-Dow belong to critical poets. Poetry exists depending on the combination of fantasy and exis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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