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事後/死後)의 리얼리즘 ― 김향숙 소설의 ‘살아남은 딸’들을 중심으로
Realism after the death of heros in Hyangsook Kim’s Literature in the 198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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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980년대 문학이라는 연대(年代)의 강한 구속력과 암시성은 그 시기에 활약한 개별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에 관한 논의를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으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당대 주류 비평가들로부터 ‘일종의 리얼리즘’이라는 모호한 평가를 받았던 1980년대 작가김향숙(1951~ )의 문학적 성취를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이 글은 그의 주요 작품들을‘사후의 리얼리즘’이라는 시험적 개념에 비추어 살펴본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아남은 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김향숙의 1980년대 작품에는 역사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떠난 사후(死後/ 事後)에도 고통에 찬 관객의 삶은 계속된다는 엄연한 사실이 촘촘히 형상화되어있다. 변혁의 주체이거나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는 무대 바깥의 인물들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않지만 자기 한 목숨 지키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비루한 존재도 아니라는 점에서 김향숙 소설은 후일담소설의 문법과 뚜렷이 구별된다. 이인물들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관객이었기 때문에 살아남았을 따름이다. ‘자기의 극소화’를꿈꾸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등단작 「기구(氣球)야 어디로 가니」에서는 1980년대 현실을 뒤집어 보는 김향숙 특유의 관점이 일찌감치 감지된다. 이후 김향숙은 ‘누이 잃은 오빠’들이차지했던 저항 주체로서의 위상이나 나르시시즘에 기반을 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구별되는 ‘오빠 잃은 누이’의 자리 찾기에 집중하면서 살아남은 딸들이 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생기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고투한 장면들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했다. 이처럼 세상의 중심인물 되기를 거부하거나 그로부터 소외된 인물이 형상화되고 특히 주인공(아들)이 떠난 후 살아남은 딸들이 생기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이 복원됨으로써 폭력과 대항 폭력이 닮을 수밖에 없었던 1980년대 현실의 한 부면이 아프게 환기된다. ‘치밀한 심리 묘사’라는 다분히 문제적인 창작의 비결로써 1980년대 문학 장에 존재했던 작가 김향숙은 인물의내면에서 발생하는 슬픔이 아니라 그 내면을 파괴하는 현실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담담하게묘사한다. 그가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 것은 사후의 리얼리즘을 형성하는 인물들에게는 지극히 역설적으로 그 어떤 개인적인 것 즉 외부 세계와 분리된 자기만의 고유한 내면이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김향숙이 그리고자 했던 1980년대의 현실이었는지도 모른다.
Abstract
It is very complicated to discuss each individual writers’ literary achievements in the1980’s due to the strong implication of ‘literature in the 1980’s’ in Korea. This paper examinesHyangsook Kim’s literary works in the 1980’s through the fresh lens of ‘Realism afterthe death of heros.’ Kim depicts deep grief and sadness of survivors who were behind thescene of history. Kim’s works starring these characters must be distinguished from thewell-known genre of ‘reminiscence literature’ in terms of the characters’ perspectives onthe self in the given socio-historical circumstances. They neither suffer from ‘survivor’s guilt’ nor pursue the snobbish value. Among these characters ‘sisters who lost their brothers’(daughters left behind) play the most crucial role in Kim’s literature. Going beyond thepolitically active male survivor’s narcissistic sense of guilt, these female characters try tolive their lives with strong self-esteem as well as energetic attitude toward the surroundingworld. By portraying tortured mind of people Hyangsook Kim suggests that it was impossiblefor many individuals to possess their own safe inner worlds in Korean society of the198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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