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설, 미완의 꿈: 이인직 『모란봉』 재독
The Suspended Dream of Sinsosŏl: A Rereading of Lee In-jik’s Moran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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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혈의누』의 속편으로서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이인직의 『모란봉』을 재독하여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일병합을 거치며 변천한 이인직의 사유와 자기분열을 추적하고자 한다. 전편인 『혈의누』와 달리 『모란봉』은 구완서-김옥련-서일순의 삼각관계만이 부각되며 정치성이 전면 탈각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남녀이합담의 이면에는 김옥련의 정치적 수난담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선으로 귀국한 김옥련은 서일순과 혼인함으로써 구완서라는 근대 교육을 포기할 것을 강요당하고 봉건적 수난의 피해자인 장옥련과 분신 관계를 맺게 된다. 한편 이인직은 뤼순 공방전, 구화담판 등 러일전쟁을 비유로 활용하여 『모란봉』에 시대적 배경을 부여하는데 이는 주로 악역 서일순, 서숙자의 음모를 묘사하는 데 활용된다. 즉 김옥련이 자신의 수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러일전쟁을 극복해야 하고 이는 곧 1913년 조선의 현실 정치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에서 ‘돈’은 이 같은 분열의 또 다른 상징이다. 『모란봉』에서 김옥련은 미국 유학 학비의 출처와 그 정당성을 추궁당하고 결국 봉건계층과 결탁한 자본력인 서일순과의 혼인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김옥련은 고전적 도덕률과 명분만을 내세우며 돈에 대해 결벽증적 태도를 보이고 결국 근대 교육 및 개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고립시키고 만다. 이 같은 『모란봉』의 파탄은 작품의 미완 및 이인직의 퇴영을 예고하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근대전환기 자체의 실패, 그리고 그 통합의 시도를 반영하고 있다.
Abstract
This paper conducts a re-reading of Moranbong (『모란봉』), serialized in 1913 in the Maeil Sinbo as a sequel to Tears of Blood (『혈의누』), to analyze the shifts in Lee In-jik’s ideological stance and the internal division of his thought, as shaped by the First Sino-Japanese War, Russo-Japanese War, and the annexation of Korea by Japan. Unlike its predecessor, Tears of Blood, Moranbong centers on the triangular relationship between Gu Wan-seo, Kim Ok-ryeon, and Seo Il-sun, with its political elements entirely stripped away. Yet, beneath this narrative of the separation and reunion of couples lies Kim Ok-ryeon’s political suffering. Upon her return to Korea from the United States, Kim Ok-ryeon is compelled to abandon the modern education embodied by Gu Wan-seo in order to marry Seo Il-sun, thereby establishing a mirror relationship with Jang Ok-ryeon, a feudal victim within the narrative. Meanwhile, Lee In-jik employs metaphors from the Siege of Lüshun and the Russo-Japanese negotiations to lend Moranbong a historical dimension, particularly in depicting the conspiracies of Seo Il-sun and Seo Suk-ja. In this sense, Kim Ok-ryeon’s path to overcoming her suffering necessitates transcending the Russo-Japanese War, which implicitly negates the political realities of Korea in 1913. In the novel, ‘money’ emerges as another symbol of this rupture. Kim Ok-ryeon is interrogated about the source and legitimacy of her U.S. educational funding and is ultimately coerced into marrying Seo Il-sun, whose financial power aligns with the feudal class. However, Kim Ok-ryeon clings solely to classical moral principles, exhibiting an obsessive aversion to money, which in turn isolates the potential for modern education and enlightenment. The unraveling of Moranbong not only foreshadows the suspension of serialization and Lee In-jik’s intellectual decline, but also reflects the broader failure of Korea’s transition to modernity and the attempts to reconcile with that fail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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