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남단, 전장의 얼굴 없는 존재들: 아시아・태평양전쟁 남방전장서사 속 현지인-여성-동물의 자리
Southernmost Memories and the Faceless on the Battlefield: Locals, Women, and Animals in Narratives of the Asia-Pacific War’s Southern Battle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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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식민주의 전쟁 수행과 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었던 아시아・태평양전쟁의 남방전장은 압도적인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후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질서와 피해-가해 구도 속에서 공적・사회적 기억으로 기입되지 못하였다. 본 논문은 남방전장의 전략적 망각 또는 기억을 둘러싼 구체적인 맥락을 조명하기 위해 학병들이 남긴 수기와 소설 속에서 남방전장이 재현되는 방식을 현지인-여성-동물 표상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피식민지 엘리트층인 학병은 『청춘만장』, 『1・20 학병사기』 등의 집단증언집을 통해 자신들의 전쟁 체험을 탈출-항일운동으로 역사화하는 과정에서 이로부터 이탈한 남방전장의 서사는 격리하여 국소화하였다. 버마 전장에서 탈출해 OSS 훈련을 받기도 한 박순동의 수기 「모멸의 시대」는 남방을 극복하는 형태로 남성-국민 아이덴티티를 복원해냄으로써 남방전장서사를 민족서사로 승화하는 데 예외적으로 성공한다. 이병구 또한 그의 소설에서 현지인 살해를 숭고화하거나(「후조의 마음」) 본래적 삶으로의 회귀를 위해 살해를 면죄함으로써(「해태이전」) 남방전장서사를 민족서사로 주조하려 하였다. 한편 엘리트적 정체성으로부터 낙오된 이가형의 『분노의 강』은 현지인-여성-동물이 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제국과 조국의 낙오병인 주인공 이명언이 이들의 개별 이름을 호명하고 또 이명언의 이름이 호명됨으로써 전장의 주변적 존재들 사이에 애도의 근접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명언의 가해자성을 상기시키는 야생동물과 이름 없는 현지인은 호명에서 누락되며 애도의 바깥으로 사전배제되었다. 『분노의 강』을 집필하기 전, 이가형은 이미 그의 남방 후일담 소설인 「귀항로에서」와 「비명」에 이명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바 있다. 이때 이명언은 자신의 가해자성을 상기시키는 ‘얼굴 없는 이’와 충돌하며 정체성의 균열을 겪는다. 가해와 불화의 감촉을 통해 형성되는 근접성은 호명의 대상인 언어적 정체성을 뒤흔들며 공적 기억 속에 남방전장의 얼굴을 확보해나갈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Abstract
The southern battlefields of the Asia-Pacific War, pivotal for colonial warfare execution and resource acquisition, remain insufficiently commemorated in the public and social memory amid the postwar geopolitical order of victimization- perpetration dynamics in East Asia, despite their overwhelming scale of casualties. This paper sheds a light on the specific contextual intricacies surrounding the strategic neglect or remembrance of these southern battlefields by analyzing student soldiers’ handwritten accounts and novels, with a focus on the representation of locals, women, and animals. Student soldiers, the colonial elite, historicized their war experience as an escape/anti-Japanese movement through collective testimonies such as “Cheongchunmanjang” (청춘만장) and “1・20 Student Soldier Saga” (1・20학병사기), while isolating and localizing the narrative of the southern battlefields that deviated from it. Park Soon-dong’s memoir, “An Era of Despair” (모멸의 시대), recounting his escape from the Burma battlefield and OSS training, uniquely succeeds in reimagining narratives of the southern battlefields as national narratives by transcending the southern battlefields, which lead to reinstating male-citizen identity. Similarly, Lee Byung-koo also seeks to shape southern battlefield narratives into national ones through his novels, whether by glorifying the killing of locals (“The Heart of passage bird” (후조의 마음)) or justifying killings as essential for a return to national authentic spirit (“Before the revelation of the baby” (해태이전)). In contrast, Lee Ga-hyung’s “River of Fury” (분노의 강) dropped out from elite circles, actively incorporates locals, women, and animals into the narrative. The protagonist Lee Myeong-eon, a colonial and national pariah, mourns their individual names, fostering a shared mourning among peripheral figures on the battlefield. However, wild animals and nameless locals, reminding of Lee Myeong-eon’s perpetration, are pre-excluded from the mourning. Before “River of Fury,” Lee Ga-hyung had already introduced Lee Myeong-eon in his postwar reminiscences novels, “On the Return Trip” (귀항로에서) and “A Violent Death” (비명), where Lee Myeong-eon grapples with identity ruptures through encounters with the ‘faceless,’ who reminds him of his perpetration at the southern battlefield. This proximity, shaped by perpetration and discord, challenges linguistic identities and may offer an avenue to embed the face of the southern battlefields into social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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