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의 궁핍과 ‘손(手)’의 윤리- 정용준, 김영하, 김애란의 소설을 중심으로
Destitution of Subject and Ethics of 'Hand' - Focused on novels by Jeong Yong-Jun, Kim Young-Ha and Kim Ae-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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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주체는 한국근현대소설사에서 지극히 논쟁적인 개념이다. ‘근대의 발명품’에서 ‘주체의 죽음’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주체의 양상 자체가 한국소설의 실체를 파악하게 하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한국소설은 이런 주체의 ‘궁핍’에서부터 시작한다. 형이상학적 주체에 대한 비판 ‘이후’ 불완전성·불투명성·불균형성이 초래한 궁핍의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주체의 궁핍이 주체의 상실이나 부재가 아닌 결여나 장애, 반성이나 책임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윤리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기존의 주체는 타자에게 윤리적 폭력을 유발하는 주체와의 동일화를 강요했다. 그러나 주체의 궁핍은 이런 윤리적 폭력을 타자의 확대 개념인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재설정한다. 이웃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나 무한 책임 자체도 또 다른 윤리적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 주체가 불가능하다면, 절대적 이웃도 부당하다. 이웃의 폭력이 주체의 궁핍을 구성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관계와 같은 친밀한 사적 영역에서의 거부하기 힘든 윤리의 문제를 ‘잡는 손’이라는 공통된 주요 상징으로 소설화하고 있는 세 편의 2000년대 소설을 통해 이런 주체의 궁핍을 초래하는 새로운 윤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정용준의 「안부」는 군대에서 의문사한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이 상처를 통해 연대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불가능함을 강조한다. 상처받은 주체끼리의 손쉬운 연대 자체가 윤리적 폭력에 대한 망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아들을 유괴한 여자를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나쁜(bad) 이웃’의 ‘면목 없음’을 판별한다. 무조건적인 용서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애란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제자를 구하려다가 죽은 남편에 대한 원망(怨望)에서 죽은 제자의 누나에 대한 원망(願望)으로 이행함으로써 박탈된 주체의 양가성을 보여준다. 치유를 거부하는 주체 또한 피해자로서의 우월한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는 세 소설은 각각 절대적 윤리로 간주되는 ‘연대’ ‘용서’ ‘치유’ 등에 대한 강요가 초래하는 윤리적 폭력도 비판받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윤리의 ‘폭력’이 아닌 ‘개방’을 중시함으로써 ‘포스트 맨(Post-Man)’ 시대의 새로운 윤리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bstract
The debate over the 'death of the subject' which was popular in the end of the 20th century has been criticised since the 21st century. It is said that the debate over the 'new subject' rather than over the 'subject impossible' is a more productive and future-oriented one. The new subject from Korean novels in 2000s comes to be subject to ethics as it is in a state of 'destitution' which is incomplete, opaque and unbalanced. The reason why is that vulnerability of the subject comes to be destitute by violence of the 'neighbor'. In three short stories-Greetings by Jeong Yong-Jun, Searching For The Child by Kim Young-Ha, Where Would You Like To Go? by Kim Ae-Lan-representative aspects of such a destitute subject are novelized through 'hands' of the subject who lost a precious family member. In the novel by Jeong Yong-Jun, there appear 'hands of the solidarity' of mothers whose sons died a suspicious death while serving in the army. However they can never lament such a death so it shows the impossibility of lamentation. In the novel by Kim Young-Ha, the hero should discern 'faceless' of the 'bad neighbor' by giving no forgiveness to a woman who abducted his son. In the novel by Kim Ae-Lan, the heroine is exposed to the ambivalence of dispossession through the cure from resentment against her husband who died while trying to save his student to the concern about an elder sister of the dead student. In these novels, the ethics of the subject symbolized by a 'hand' shows a new attempt for criticising the ethical violence against the su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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