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축일기」의 궁녀 재현 양상과 그 의미
A Literary Representation of the Court Ladies in Gyechuk-il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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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계축일기」가 ‘말하는 존재’로서의 궁녀를 부각시키고, 그들의 발화를 전면에 재현하는 텍스트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특히 궁녀들의 발화가 인물의 층위와 서술자의 층위에서 입체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들 아랫사람(下人)들의 발화를 재현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중심으로 「계축일기」를 새로이 이해해보고자하였다. 「계축일기」에서 광해군은 한낱 궁인들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신체를 가지고 생 리활동을 해결하는 한 명의 생물적인 인간으로 나타나며, 아랫사람들에 의해 관찰되 고 평가받으며 심지어 조롱받는 존재로 격하된다. 궁녀들의 발화를 통해 광해군은 우연히 왕좌에 앉았으나 왕좌와 결부된 권위에는 부적합한 인물로서 재현된다. 비록 폐위된 왕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계축일기」에서 궁녀들을 경유하여 왕을 재현하는 방식은, 왕좌에 자동적으로 결부되어온 권위를 탈자연화하고 왕이 지니는 권위의 필연성을 심문하는 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한편 「계축일기」에 나타난 궁녀들은 단순히 상전의 명을 좇고 상전의 뜻을 전달 하는 도구적 인물로서 역할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상전에게 자신의 영향력 을 행사하거나, 스스로 정세를 판단한 위에서 자신의 생존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특정 세력과 결탁하여 상전을 배반하고 위협에 빠뜨리기도 한다. 「계축일기」는 이렇 듯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궁녀들이 출현한 세계를 재현하는 텍스트로서, 궁녀 집단 내부의 비균질성과 행위자들의 예측 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Abstract
This study revisits Gyechuk-ilgi (A Diary of the Gyechuk year), a late Joseon Dynasty text written in vernacular Korean, in which court ladies (宮女) are represented as the subject and they talk about their masters. In Gyechuk-ilgi, court ladies, who are the royal family’s subordinates, observe and devalue King Gwanghae while the narrator-who identifies with the court ladies-also critically evaluates the king. The court ladies’ diverse voices discussing the king de-naturalizes the king’s authority. Furthermore, Gyechuk-ilgi shows the complexity of master-servant relationships. The court ladies are not just tools that follow the orders of their master, they are represented as agents who exert influence toward their mastery, sometimes betraying and even threatening their master. The representation of court ladies in Gyechuk-ilgi creates a rift in the ideologically hierarchical world by exemplifying how the immoral and politically improper king and the selfish and unfaithful servants might have appeared in the real world, which consequently betrays the writer’s moral i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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