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에 나타난 공간 연구 - 사회심리적 관점으로
A study on the Space in Ki Hyeong-do's poetry - from the viewpoint of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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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기형도는 삶의 실상을 미학적 형상화를 통해 드러낸 시인이다. 특히 다양한 공간들을 시적 형상화로써 드러내는데, 당대 사회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이는 시인의 저항 의지가 다양한 공간들 속에서 전략화된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기형도 시의 공간들은 권력과 관련된 의미작용을 하며 담론을 함의한다. 본고는 기형도의 시에서 형상화된 이런 공간들을 사회적 메커니즘과 인간 행동이나 심리와의 관련성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당대 사회에 대한 시인의 문제의식을 읽어내고자 한다. 그의 시는 권력이 작동되는 공간에서 담론의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상징계의 균열 지점을 드러내거나, 시적 주체의 토포필리아적 공간들을 창출하기도 한다. 이런 공간들의 시적 형상화는 저항성과 더불어 기형도의 시가 미학적 개성을 갖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런 점들에 주목하여 기형도 시의 공간을 사회심리적 관점으로 살피면 세 범주로 볼 수 있다. 먼저, 침묵과 배제의 공간은 사람들이 사회체계로 편입되고 권력에 순응하게 되는 곳이며, 길들이려 하거나 길들어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시에서는 가짜 친절과 억압이 행사되는 골목, 대학 교정, 사무실, 행사장 등으로 형상화된다. 그곳에서는 권력의 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에 따른 고뇌의 심리를 드러내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편중된 권력을 정당한 것인 양 대중들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둘째, 상징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공간에서 시적 주체는 분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없거나 처음 보는 공간인 듯 낯섦을 느끼게 된다. 안개 낀 방죽, 백야의 거리, 망자의 혀가 흘러넘치는 거리, 얼음장 밑 등이 해당한다. 이는 상징계가 내포하고 있는 틈과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며, 당대 도시인의 트라우마적 존재 양상들에 대한 서사이다. 셋째는 시적 주체의 욕망이 투사된 주름 공간이다. 자연과 정신의 겹, 신체와 영혼으로 가득 채워지는 겹, 규칙화된 공간과 혼돈 공간의 겹이라 할 지점에 주름 공간이 있다. 기형도의 시에서 주름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유년의 집, 숲으로 된 성, 포도밭 묘지, 악기가 있는 어둡고 텅 빈 방, 어두운 천막교회 등이다. 상징계 진입 이전의 공간이거나 시적 주체가 안주하고픈, 생성의 에너지가 흐르는 공간이다. 사회심리학의 장(場)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심리적 경험은 여러 상황들 간의 상호 관련성 속에서 구성되며 이는 상호작용의 장을 형성한다고 한다. 기형도의 시에서 형상화된 다양한 공간들도 당대의 개인적․사회적 여러 정황들과 시인의 심리적 환경 등이 맞물려 형성된 것이다. 그 결과 삶이 실현되는 우리의 공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주체적․능동적 삶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이 연구는 기형도 시인이 활동했던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과 시적 주체의 공간 인식과의 관련성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세계 속에 내던져진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문제는 시대를 초월하는 일일 것이다.
Abstract
Ki Hyeong-do is a poet who reveals the pain of life through aesthetic representation. In particular, he reveals the various spaces of human life through poetic figurations, which seems to raise a lot of questions about the contemporary society. It seems as if the poet's will to resist was strategized in various spaces. And it reminds readers of Lefebvre's words that space implies discourse having meaningful interaction with power. By analyzing the spaces embodied in Ki Hyung-do's poems through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mechanisms and human behavior or psychology, the poet's awareness of the problems scattered in contemporary society can be read. In this study, the social psychological meaning of space was investigated by classifying it into a cleavage space in the symbolic world, a space where power is reproduced, and a space of wrinkles where the poetic subject's desires are projected. According to the field theory of social psychology, an individual's psychological experience is constructed in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various situations, which constitutes the field of interaction. The various spaces in Ki's poems were also formed by interlocking the poet's psychological environment in the various personal and social situations and also atmospheres of the time. As a result, it makes them contemplate the subjective and conative life and rethink on the space in which life is realized. Although this study started from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oetic subject's spatial perception and the social situation of the 1980s when Poet Ki Hyung-do was active, the issue of perception as a human being thrown into the world is a transcending task. Therefore, it can also be effective for explaining the psychological symptoms of modern people who feel unfulfilled deficiency and fall into anxiety in social a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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