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성과 죄의식
Sittlichkeit und Schuldbewußtsein
임홍빈
초록
이 글은 인륜성의 한 중요한 계기이자 법적 처벌의 한 근거로 간주되는 죄의식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근본적으로 변형되었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자기이해의 방식이 그 배후 신념인 형이상학적 전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부각시킬 것이다. 운명적인 필연의 감정을 수반하는 존재론적 죄의 관념으로부터 행위의 책임에 대한 문제로 죄의 물음이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곧 규범의식의 ‘계몽’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 헤겔은 계몽주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하게 모색되었던 규범적 제도들의 계약론적인 정당화에 대해 비판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륜적 사랑에 의해 유지되는 가족과 공적인 법 등이 인륜적 국가 근원적 실체를 형성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니체의 ‘계보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죄의식의 역사성에 대한 인식에 도달한다. 이 같은 관점들의 차이는 현대의 인륜적 의식에서 발견되는 내적 긴장에서도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