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정신현상학』의 시원(始源)문제에 대한 방법적 반성
Die methodische Reflexion über das Anfangsproblem der Phänomenologie des Geistes Hegels
유헌식
초록
이 논문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서문을 중심으로 이 저작의 서술적 시원(Anfang)이 지닌 방법적인 특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정신현상학』은 ‘정신의 현상학’이면서 동시에 ‘의식의 경험학’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명명상의 특징 속에 이미 ‘시원’에 대한 양가적인 평가가 함축되어 있다. 헤겔은 이 저작의 서문에서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예고하면서, 당대에 도달한 정신의 수준에 입각하여 회고적으로 과거를 재구성하여, 겉으로는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정신의 기억과 외화를 하나의 방법적 틀 안에서 통일시킨다. 외화는 시간적으로 과거의 정신이 점차적으로 현현하는 양상인 데 반하여, 기억은 현재의 정신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행위로서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헤겔은 ‘시원’에, 현재 도달한 시대의 정신과 과거의 시초적인 정신 모두를 담음으로써 시원에 대해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현상학』의 출발점을 이해하는 데에서 방법적으로 참여자와 관찰자의 입장에서 두 개의 층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게 된다. 여기서 관찰자로서 현재에서 과거로 향하는 ‘기억의 층위’가 참여자로서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하는 ‘외화의 층위’를 주도하는 한에서 『정신현상학』의 변증법적 운동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대상’이 과연 ‘새로운 것’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