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하는 여성들과 국민 되기의 서사 - 지하련의 「도정」과 손소희의 「도피」를 중심으로 -
The Women's Speaking and Narrative of Being a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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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해방기 여성문학연구는 공백상태로 남아있다. 이는 기존의 여성문학연구들이 여성적인 글쓰기를 전제로 여성문학의 의미를 규명하고자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해방기 여성작가들은 강력한 국민 되기의 서사를 내세우면서 여성성의 가면을 벗고 지식인-작가의 정체성을 확보해나가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해방기 여성 문학의 의미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본고는 기존연구가 여성이라는 또 하나의 규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고 여성-작가의 모순적인 정체성에 주목하였다. 여성-작가는 발화 불가능한 여성으로서의 현실과 발화 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을 동시에 담지하고 있다. 해방기 여성작가들의 국민 되기 서사는 이러한 여성-작가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데, 특히 지하련의 「도정」과 손소희의 「도피」는 지식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를 구체화 한다. 해방이후 창작된 「도정」과 「도피」는 ‘여류문인’으로 한정되었던 여성-작가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발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 되기의 서사는 서술자의 여성성을 지우고 국가 건설의 일원이 되는 남성 주인공을 형상화한다. 하지만 서사에는 발화되지 못하는 지점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해방에 늦게 도착하는 인물들을 통해 구체화된다. 해방의 순간 다른 조선인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지 못하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식민사회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한다는 요구에 즉각적으로 호응하지 못하고, 때늦게 해방의 현실에 도착한다. 이들의 때늦음은 식민성을 극복하고 독립된 국가의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을 낸다. 여성-작가의 시선은 국가 건설의 담론에 강력하게 호응하는 동시에, 완료되지 못하는 국민 되기의 과정을 서사화한다. 이를 통해 이들 작가들은 필연적으로 발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동시에 발화 불가능한 지점에 봉착하게 된다. 여성의 현실을 넘어서 지식인의 발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작품들에는 여전히 독해될 수 없는 발화의 부분들이 상존해있다. 하지만 이를 해독 불가능한 것으로 남겨두지 않고 불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로 읽어낼 때, 해방기 여성작가들의 양가적인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Female literature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in Korea has not been thoroughly studied. Existing studies of female literature were conducted based on ‘female writing’. Female authors of the liberation period, however, focused on the narrative of being a nation and tried to find a way to be an elite author, which had not been permitted previously. To acquire the status of elite author, female writers would speak through male narrators. This article considers studies of female literature focusing on female writing restricted by a fixed gender identity. The goal of this study is to reveal the meaning of female narratives about being a nation, spoken through the voice of elite authors but omitting the female identity. Son So-hee’s Evasion and Ji Ha-ryun’s The Path are representative novels that show the main features of female literature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Narration of these novels is based on acquiring a national identity through male main characters. By writing this way, the authors were able to speak about political issues. At the same time, however, they exposed their actual gender that was not fully allowed to speak those issues. This is represented as belated nations, in which main characters desperately seek to join the nation building process but cannot be an immediate member because they are not free from a sense of guilty from the colonial past. They are anxious to join the historical progress but arrive too late for the moment of liberation. The anxiety of the belated nations is a result of female authors’ narration. Female authors were in a conflicting position: they wanted to speak as elite authors but were not able to speak fully as women. Therefore, their novels contain points that cannot be interpreted, in spite of their strong voices as national elites. This ambivalence is a key characteristic of what it meant to speak as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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