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너머의 증언 : 1980년대 임철우, 최윤 소설의 5․18 증언-재현 문제에 관하여
5.18, Literature, and Testimony : The Case of Lim Chul-woo and Ch'oe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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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980년대 초 문단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소설침체론은 비평이 요구했던 1980년대 소설의 책무, 즉 5․18을 리얼리즘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역사와 사회 현실에 개입하는 일을 소설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요구대로 소설이 5․18을 재현함으로써 증언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그것은 문학에 앞서 현실/또는 문학이 재현할 실재를 전제하는, 그리고 문학을 바로 그러한 것들의 재현물로 간주하는 재현적 문학 체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요컨대 소설침체론은 5․18과 같이 그 실재가 불안정한 특수한 문제 앞에서 리얼리즘적 재현의 한계가 드러난 일종의 징후적인 현상이었다. 임철우의 소설에서는 이러한 증언-재현 불능의 사태가 살아남은 자들의 침묵과 그것을 둘러싼 죄의식으로 나타난다. 동시에 그 침묵과 죄의식은 증언-재현불능 사태에 개입하기 위한 소설 형식과 미학―리얼리즘적 재현을 넘어서는 문학의 증언 방식― 을 창조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어떤 대상을 지시․재현하는 언어가 오히려 그 대상의 실재를 재현하는 동시에 파괴하게 되리라는 언어의 부정성에 대한 사유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설은 감각의 잔여물로 남아있는 소녀의 기억을 리얼리즘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그것이 언어를 매개로 감각과 의미 사이를 교차하며 환원․재환원/산화되는 찰나를 포착하려 한다. 이를 통해 소설은 역사로서의 5․18의 의미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감각과 기억으로서의 5․18을 유실하지 않는 증언 방식을 창출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증언은 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한 다층적인 서술자들 사이의 증언의 연쇄를 통해, 그리고 소설의 서두에서 독자들을 ‘당신’으로 호명하는 목소리를 통해 소설이 수행하는, 그리고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수행하게 되는 추모의 정치를 작동시킨다. 최윤의 소설은 증언의 역량과 몫을 소녀를 비롯한 소설 속 서술자들과 독자들에게 배분함으로써 그 증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복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요컨대 문학이 5․18을 ‘증언’한다는 것은 그것을 사실적(리얼리즘적)으로 재현하는 문제를 떠나, 살아남은 자들에게 증언의 능력과 권한을 부여해줄 수 있는 형식과 미학을 창조하는 일인 것이다.
Abstract
The argument of the depression of fictions in the early 1980s was concerned with the helplessness of fictions against 5.18. The critics criticized that fictions were to blame for not properly representing the massacre and revolution. However, the fictions of the time were not able to testify 5.18 in the way of realistically representing it as the critics asked them to. Nor is the realistic representation equivalent to a proper testimony for 5.18. The incapability of the fictions rather means that realism is not a perfect theory of fictions, and it contradicts the critics’ strong belief. Lim Chul-woo’s fictions embody the incapability of testifying-representing 5.18 with the motif of survivors’ silence and guilt; which is a sign of the fiction’s struggle to create a new literary form and aesthetics of the 5.18 testimony. Ch’oe Yun’s There A Petal Silently Falls (1988) is based on the thinking of the linguistic negativity that the language cannot represent the existence, but merely annihilates it. Therefore, her fiction, instead of realistically representing 5.18, pictures the moment of the transition between the physical reality and the signifier. In this way, it creates a literary testimony of 5.18 which does not lose its historical meaning as well as physical/materialistic reality. This literary testimony operates the politics of commemoration, distributing the shares of testifying voices and languages to the narrators and readers of the fiction; and, therefore to the victims, survivors of 5.18 and even other individuals who were not engaged i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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